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취준생 아들 홀로 키운 50대 가장 앗아간 음주운전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16일 밤 제주시내 한복판서 음주운전 렌터카가 덮쳐 사망

동생 "한 가정 파탄...가해자 엄중 처벌"...40년 지기도 사고로 중상

제주CBS 고상현 기자

노컷뉴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정모(55)씨의 동생(51)이 18일 오후 분향소가 마련된 제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가해자를 엄중 처벌했으면 합니다."

지난 16일 밤 제주시내 한복판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故 정모(55)씨의 동생(51)이 한 말이다.

그는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8일 오후 숨진 정씨의 분향소가 차려진 제주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을 만나 울분을 토해냈다.

"지난해 9월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윤창호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4개월도 안됐는데 음주사고로 형님이 억울하게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애써 화를 억눌렀다.

지난 16일 오후 10시29분쯤 제주시 일도2동 인제사거리 인근 건물 1층 음식점으로 김모(52‧여)씨가 몰던 코나 SUV 렌터카 전기차량이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지점 앞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던 정씨와 김모(55)씨가 차량에 치였다. 직후 심정지를 일으킨 정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김씨도 다리와 골반에 중상을 입었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2명의 사상자를 낳은 사고 차량 운전자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2%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상태였다.

노컷뉴스

사고 직후 현장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생은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열심히 살던 형님이었는데 황당무계한 사고를 당해서 비통한 심정입니다"라고 말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정씨는 5년 전부터 홀로 아들(27)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실내 인테리어 일을 했던 정씨는 서울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에게 꼬박꼬박 늦지 않게 용돈과 생활비를 챙겨줬다.

동생은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 조카가 아버지 분향소를 찾는 손님들을 맞고 있는데 수시로 대성통곡을 합니다. 곁에서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밉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함께 사고를 당한 김씨는 숨진 정씨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사이였다. 집에 홀로 있는 정씨가 혼자서 저녁을 먹을까봐 자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사고 직전에도 함께 술을 곁들인 저녁을 먹고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가 참변을 당했다.

중상을 입은 김씨의 사촌동생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서로 챙겨주던 40여 년 지기가 음주운전 사고로 죽고 크게 다쳤다"며 "화가 치민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찰은 가해자 김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김씨도 이번 사고로 척추 등을 다쳐 수술이 예정돼 있어 아직 조사를 받진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경찰은 가해자 김씨가 사고가 난 제주시 일도2동 근방에서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윤창호씨 사건 이후 제주에서는 이번이 첫 음주운전 사망사고다.

윤창호씨 사건으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을 기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다만 강화된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에 관한 단속 기준은 계도 기간을 거쳐 6월 25일부터 적용된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