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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맛없고 비싼 국산맥주·과자 안사요”…수입산의 공습·수입액 사상최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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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과자 인기, 수입액 매년 증가…할인점 문전성시

수입맥주, 국산맥주 매출 역전…수입액 3억달러 사상최대

규제 등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종류·맛 다양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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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한 대학 옆에 위치한 수입과자 할인판매점. 미국, 대만, 일본 등의 인기 제품들이 반값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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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신혜 기자]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수입맥주 매대 앞. 주부 최선미(45)씨가 호가든과 아사히맥주를 카트에 담고 수입 제과 진열대로 발길을 돌렸다. 최 씨는 “국산맥주에 비해 저렴하고 맛도 다양해 수입맥주를 고집하게 된다”면서 “과자·초콜릿·젤리 등의 간식류도 아이들이 킨더초콜릿, 하리보 젤리 등 수입 제품을 좋아해 자주 산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저녁 마포구에 위치한 수입과자 할인전문점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혼부부 노지영(32)·김지호(35) 씨는 “예전엔 해외를 나가거나 지인에게 부탁해야 각국 유명한 과자를 맛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편하게 구할 수 있다”라며 “집 근처는 아니지만 종종 사러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고등어 등 농축수산물에 뻗친 수입산의 공습이 과자, 맥주 등 가공식품까지 점령했다. 다양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수입맥주 수입액은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고, 과자 수입도 매년 증가 추세다. 이미 대형마트 등에서는 수입맥주 매출이 국내산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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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자 수입액은 2008년 1억6572만8000 달러에서 10년 만에 4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총 4억5765만달러로 10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수입과자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대형마트도 취급품목 수를 늘렸다. 홈플러스의 수입과자 취급 품목 수는 1476여종 이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017년 수입과자 품목수를 대폭 늘리고 ‘월드스낵 페스티벌’ 등 대대적 행사를 진행하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25%나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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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한 대학 옆에 위치한 수입과자 할인판매점 계산대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지어 있다. 1020 젊은 층이 대다수로, 이중 절반 가량은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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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과자의 인기는 전문할인점에서 확연히 실감할 수 있다. 정상판매가의 5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과자를 구입할 수 있어 수입과자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오히려 마트보다 이곳을 찾는다. 홍익대학교 인근의 수입과자 할인점에는 10~30대로 추정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총 2층 규모의 매장에는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 인기를 얻은 유명 과자 수천종이 진열돼 있었다. 정가 5000원의 독일 젤리 ‘하리보’는 2900원, 정가 7000원의 일본 인절미과자는 3900원 등 절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국내 소비자 뿐만 아니라 베트남, 중국, 일본 등 젊은 외국인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인 유학생 홍비(23)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한 일본 곤약젤리를 사러 왔다”며 “3000원에 판매하는 젤리를 반값에 살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할인점 직원은 “전문적으로 수입과자를 대량으로 유통하는 도매상에게 제품을 떼온다”고 귀띔했다. 대량으로 직수입해 마트·슈퍼 등에 비해 마진이 많이 붙지 않아 과자가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병행수입’을 통해 인터넷 상에서 과자를 파는 개인 판매자들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현재 포털 네이버 웹사이트에 등록된 수입과자쇼핑몰만 해도 13만건 이상이다.

다만 안정성 문제는 거론된다. 수입이 금지된 과자 등을 몰래 들여와 판매하거나 세균수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부적합 사례가 잇달아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식약처는 전국 수입과자 유통·판매업체에 대한 점검을 확대하고 수입식품의 불법 유통·판매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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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구로점에서 진행된 수입맥주 행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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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의 기세도 무섭다.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매출 비중은 국산맥주를 넘어선 지 오래다. 롯데마트의 경우 2017년 43.3%로 국산맥주에 뒤쳐지던 매출 비중이 지난해 50.8%까지 올라섰다. 이마트 역시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이 2017년 51%로 국산맥주를 추월했다. 지난해 수입맥주 매출 비중은 53%로 약 2% 정도 성장했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45.3%에서 48.7%로 3% 이상 늘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이 확대되면서 외국맥주 수입금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3억970만 달러로 전년 2억6309만 달러 대비 18% 증가했다. 2015년 맥주 수입액 1억4186만 달러 기록 이후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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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의 국내 시장 점령에는 한국 주세법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맥주 주세법은 종가세 기준으로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비, 이익이 더해진 금액이 과세표준인 반면 출고가 신고 의무가 없는 수입맥주의 경우 원가라고 신고된 금액에 관세가 더해진 금액이 과세표준이 된다. 이에 관세 15%(아세안) 가정 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이는 246원, 판매가 차이는 746원으로 확대된다. 무관세가 적용되는 미국, EU의 경우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세금 차이는 565원, 판매가 차이는 1065원으로 확대된다. 상대적으로 수입 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지닐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다양한 수입맥주가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국산맥주를 점차 외면하고 있다. 이날 저녁 영등포구의 한 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김병천(39)씨는 “국산맥주가 규제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져 싼 수입맥주를 찾는 것이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면서 “물론 가격도 중요하지만 국산맥주의 품질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입맥주는 일본 브랜드다.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일본 맥주가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기준 일본 맥주 수출액의 63%(80억 엔)가 한국에 집중될 정도로 한국인의 일본 맥주 사랑은 남다르다. 브랜드별로는 아사히의 비중이 가장 컸고, 에비스를 앞세운 삿포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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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수입맥주의 인기에 다양한 맛과 향에 대한 소비자 니즈와 함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주52시간제 근무 등 달라진 소비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2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국내 유통업체들이 전략적 매대를 확대한데다 워라밸 확산 및 52시간 근무 확대 등에 따른 회식 감소 등도 수입맥주 성장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식약처가 집계한 가공식품 수입액 상위 10개 품목에도 맥주와 과자가 각각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맥주 수입액은 2억6967만3000 달러로, 점유율은 4%다. 과자 수입액은 2억4751만5000 달러로 점유율은 3.4%다. 캔디류와 초콜릿가공품은 각각 7위, 10위다. 캔디류 수입액은 2억401만4000 달러, 점유율 3.0%다. 초콜릿가공품 수입액은 1억6955만 달러,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2016년에도 가공식품 수입액 상위 10개 품목에 과자, 맥주, 캔디류, 초콜릿가공품의 순위 변동만 있을 뿐 이름을 올렸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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