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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 1년반째 `개점휴업`…태국 텃세에 답답한 롯데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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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롯데면세점 태국 방콕시내면세점 화장품·향수·럭셔리 품목이 위치한 2층 매장 문이 닫혀있다. [사진 = 신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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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카페' 보러 가는 사람은 많아요. 거기 면세점이 있어요?"

지난 15일 태국 방콕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통로(Tong Lo) 지역에서 그랩(Grab) 오토바이를 타고 20분을 달려 도착한 롯데면세점 방콕 시내점. 그랩 기사에게 롯데면세점을 아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롯데면세점이 방콕에 문을 연 지는 무려 1년 반이 지났다.

오후 6시경 찾은 '쇼디시몰(Show DC mall)'은 조용했다. 방콕은 2015년 기준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로 선정됐지만, 흔한 단체 관광버스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1층에 위치한 '아이돌 라이브 카페' 등 한류 거리에서는 몇몇 관광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쇼핑몰 2층에 위치한 속옷 가게 점원에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냐고 묻자 단번에 "노(No)"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롯데면세점 방콕 시내점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또 다른 시내면세점인 킹파워(King Power·10~21시)보다 2시간이 짧다.

표지판을 따라 면세점이 위치한 2층으로 올라갔더니 한 층 더 올라가라는 'LOTTE DUTY FREE 3F'이라는 안내가 보였다. 매장 안은 볼 수 없게끔 가려져있는 상태였다. 3층으로 올라가니 그제서야 입구가 나왔다. 면세점의 꽃으로 여겨지는 화장품·향수·럭셔리 매장도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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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태국 방콕시내점 3층 매대가 미입점 상태로 비어있는 모습. [사진 = 신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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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패션·잡화·현지 상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그마저도 비어있는 매대가 곳곳에 보였다. 한 번에 알 수 있는 브랜드로는 국내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인 토니모리가 전부였다. 매장에서 만난 한국인 A씨는 "부모님 화장품 선물을 사러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 헛걸음했다"며 "방콕 간다는 사람있으면 알려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방콕시내점이 '개점휴업' 상태인 이유는 자국 기업 보호 기조 때문이다. 롯데는 2017년 태국 정부의 허가를 받고 매장을 냈으나, 아직까지도 공항 물품 인도장을 따내지 못했다. 공항 인도장은 현지 국영기업이자 시장 점유율 98%에 달하는 킹파워가 독점하고 있다.

인도장이 없으니 수입 제품이 들어올 수 없어 매장은 텅텅 빌 수밖에 없다. 공항 인도장은 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국영기업인 킹파워가 공항 면세점을 독점하고 있어 입성에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사업권 입찰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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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태국 방콕시내점 입구. [사진 = 신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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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파워가 롯데면세점을 견제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 때문이다.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매출 기준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킹파워는 7~8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판매 품목이 비슷한 경우 글로벌 바잉 파워는 곧 가격 경쟁력이다.

실제 같은해 진출한 베트남에서 롯데면세점은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2017년 5월 오픈한 다낭공항점은 월평균 220% 가량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7월 문을 연 베트남 2호점 나트랑깜란공항점은 오픈 첫 해 흑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임대료가 계속 나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될 시 피해가 우려된다"며 "태국 방콕 인도장이 마련될 때까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타 동남아시아 국가 진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방콕=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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