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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다이빙 익힌 뒤 해빙으로…베일 벗은 황제펭귄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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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소 2년간 추적 관찰

수온 높고 수영 편한 북쪽서 연습

이후 해빙 많은 남쪽으로 돌아와

경향신문

황제펭귄 유조가 남극의 해빙에서 바닷물로 뛰어들고 있다. 우즈홀해양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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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가혹한 환경으로 꼽히는 남극에서 태어나는 황제펭귄 유조(어린 새)들은 부모 펭귄이 떠난 뒤 어떻게 생존할까. 약 5개월 동안 부모 황제펭귄의 보살핌을 받다가 자립하는 유조들의 베일에 가렸던 생활상이 드러났다.

미국 우즈홀해양학연구소는 황제펭귄들이 청소년기에 처음 바다에 입수한 뒤 어떻게 남극 바다에서 다이빙해 먹이활동을 하는지를 연구한 결과를 17일 학술지 ‘해양환경진전시리즈’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3년과 2014년 12월, 주요 서식지인 테르아델리의 둥지를 떠나기 전 15마리 황제펭귄 유조들에게 위치추적을 위한 태그를 달아놨다. 이 시기는 남극의 기온이 비교적 높아지고, 빙하가 녹아서 펭귄 서식지 인근에 물길이 열리는 때다. 위성을 통한 위치추적 장치가 작동되는 동안 펭귄들은 모두 6만2000회 바다로 다이빙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조들은 처음에 비교적 수온이 높고, 수영하기 편한 북쪽으로 이동했다. 펭귄들은 다이빙에 익숙해진 뒤에는 해빙이 많은 남쪽으로 이동했다. 주된 먹잇감인 크릴새우나 물고기 등을 잡기 위해 점점 더 깊은 바닷속까지 다이빙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장 깊이 다이빙한 기록은 수심 약 264m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조들이 성체가 되기 전까지 취약한 시기에 대한 이번 연구가 미래의 기후변화에 황제펭귄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황제펭귄은 가장 덩치가 큰 펭귄이지만 기후변화에는 남극에서 제일 취약한 동물로 꼽힌다. 이들은 먹이활동과 생활 패턴을 해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황제펭귄들은 남극의 가을철인 3월쯤 해빙이 자신들의 둥지를 지탱할 만큼 충분히 두꺼워질 때쯤 알을 낳는다. 해빙이 줄어들면 번식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황제펭귄은 다른 연구진이 이날 발표한 논문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남극 환경 변화에 취약한 종으로 꼽혔다.

영국남극조사(BAS) 소속 연구진은 이날 학술지 ‘해양과학프런티어’에 황제펭귄 외에 아델리펭귄, 턱끈펭귄, 혹등고래 등은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황제펭귄이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이유는 해빙과 빙붕이 번식 장소이기 때문이다. 아델리펭귄, 턱끈펭귄, 혹등고래 등도 공통적으로 먹이로 삼는 크릴새우가 기후변화로 인해 감소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불가사리, 성게 등은 해빙이 녹으면 더 많은 서식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즈홀해양학연구소 스테파니 제누비에는 “황제펭귄 유조들은 짝짓기를 위해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기 전까지 약 5~6년 동안 바다에 머문다”며 “미래의 기후변화에 황제펭귄이라는 종이 어떻게 대처할지 예측하려면 이 시기의 펭귄 생태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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