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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래서…손흥민을 손꼽아 기다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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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혹사 우려에도 선발 자청…황의조·황희찬 지원, 공격 속도 끌어올려

벤투 “한국 축구 바꿨다” 찬사…중국 감독 “한국은 매우 빠르고 강했다”



경향신문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오른쪽)이 지난 1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중국과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의 압박 속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아부다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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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0)은 특정 선수에 대한 평가를 꺼리는 지도자다. 그가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았던 때 팀의 간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선수 개인이 아닌 팀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이지만, 지난 16일 중국과의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에는 원칙을 깼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27·토트넘)이 한국 축구를 바꿨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벤투 감독은 ‘캡틴’ 손흥민의 기량과 헌신적 자세에 흡족해했다.

우선 여러 외신에서 ‘혹사’를 걱정할 정도로 지친 상태에서도 선발 출격을 자처한 손흥민의 열의에 벤투 감독은 뜨겁게 반응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부터 직전 경기인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까지 무려 13경기를 뛰었다. 벤투 감독이 중국전 전날까지 그의 출전 여부를 결론내지 못한 이유였다. 그런데 손흥민이 “나도 책임감을 갖고 돕고 싶다”고 스스로 출전 의지를 밝히면서 조 1위가 걸린 큰 경기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손흥민의 헌신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기량에 더욱 돋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된 그는 한국 축구의 고민거리였던 공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췄던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황희찬(함부르크)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공격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상황에 따라선 빠른 발로 상대 뒷공간을 허물었다. 중국은 경기 초반 전방 압박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야 했다.

손흥민이 뛰면서 팀 동료들의 실수가 줄어든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해결사지만 득점에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동료들을 살리는 도우미를 자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저돌적인 돌파가 일품이지만 몇 차례 실수로 자신감을 잃은 듯했던 황희찬이 예전 좋을 때 모습으로 돌아왔다. 황희찬은 “(손)흥민형과는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지만 눈빛만 나눠도 어디로 뛰어야 할지 알았다”며 활짝 웃었다. 손흥민은 전반 12분 과감한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황의조에게 양보하는 미덕도 보여줬다.

손흥민의 또 다른 마법은 ‘주발’이 따로 없는 킥력에서 나왔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코너킥을 찰 때마다 골문 구석에 정확히 공을 떨어뜨렸다. 결국, 후반 6분 수비수 김민재(전북)의 헤딩 추가골을 도우면서 2-0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종료 직전 교체된 그에게 중국 관중석에서도 박수 갈채가 쏟아진 것이 그의 활약상을 짐작하게 만든다. 적장인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도 “솔직하게 말해서 오늘의 한국은 예상보다 매우 빠르고 강했다”며 “이렇게 높은 수준의 키플레이어가 뛰는데 어떤 전술로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찬사를 보냈다.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마친 대표팀은 두바이로 이동해 토너먼트를 준비한다. 오는 22일 두바이 라시드 스타다움에서 A·B·F조 3위 중 한 팀과 16강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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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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