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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비트코인만 아나요’…노동착취 막는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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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콩고의 아동노동 ‘코발트’

글로벌 기업 확인없는 사용에 비판

블록체인으로 디지털꼬리표 기록

생산과 유통과정, 기업·소비자 확인

IBM·LG화학·포드 “네트워크 구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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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프리카 내륙에 자리잡은 콩고민주공화국 광산에서 7살 어린이가 맨손으로 캐낸 코발트가 지구의 첨단 문명을 대표하는 휴대전화와 전기자동차, 컴퓨터 등에 쓰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줬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어린이들이 하루 1∼2달러의 품삯을 받으며 마스크와 장갑 등 보호장구 없이 12시간씩 일하고 나온 수익이 내전 중인 반군과 정부군으로 흘러간다고 폭로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제앰네스티는 2017년 말 아동을 착취해 얻은 코발트가 글로벌 기업의 전자제품 배터리에 들어가고 있다고 2년 전 폭로한 뒤에도 대기업들이 코발트 공급망에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다시 고발했다. 충분한 조처를 했다고 평가를 받은 기업은 애플과 삼성에스디아이(SDI) 뿐이었다. 시마 조시 국제앰네스티 기업인권과장은 “기업들이 자사의 코발트 공급처를 모른다면 소비자도 모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은 광산 노동자들의 끔찍한 고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이런 책임에 부응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그동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기를 가능하게 한 기술로만 알려졌지만, 산업적으로는 투명한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기술로 검토되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생산과 유통 과정마다 디지털 꼬리표를 붙여 추적하면 아동노동이 없는 광산에서 생산된 코발트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그동안 기업들은 광석이 어디에서 생산되어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들어오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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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아이비엠(IBM)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엘지(LG)화학, 포드, 화유코발트, 아르시에스(RCS)글로벌과 함께 윤리적으로 생산된 광물자원을 추적 및 인증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중반까지 진행될 이번 프로젝트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코발트 추적에 초점을 뒀다. 콩고민주공화국 내 화유의 코발트 광산에서 생산된 코발트가 운반돼 한국에 있는 엘지화학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거쳐 미국에 있는 포드 공장에 도달하기까지 공급 사슬을 추적한다. 광산에서 채굴해 최종 제조업체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주요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면서, 제3자까지 어떤 코발트가 제품 생산에 쓰였는지 인증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아이비엠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코발트를 넘어 흔히 분쟁 광물로 지칭되는 탄탈룸, 주석, 텅스텐, 금이나 희토류 같은 기타 전지 원료 금속과 원재료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우주항공, 방산, 소비자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다른 산업에서도 블록체인을 윤리적 생산에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있다. 코카콜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노동자를 등록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설탕 원료를 공급하는 28개 지역의 아동 노동 현황을 조사했고, 블록체인에 기록된 노동계약을 통해 계약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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