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70년 삶 터전서 쫓겨날 판"…청계천 '백년가게 수호본부' 출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청계천 공구거리 재개발에 "4만여 종사자 생업 잃어"

"이주대책, 보존대책 전무" 비판…서울시 "협의 나설 것"

뉴스1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교 사거리에서 열린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상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청계천에는 1만개의 점포와 4만명의 종업원이 있습니다. 70년 가업을 일군 터전이 사라지게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청계천 공구거리 상인들이 전통가게 보존대책과 소상공인 이주대책을 마련하라며 공동 행동에 나섰다.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청계천·을지로 보존연대는 17일 서울 중구 청계천 관수교 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백년가게본부)의 출범을 선언했다.

백년가게본부는 "청계천 공구거리 상인들은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7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가업을 일구고 전통과 자부심을 지켰다"며 "그러나 도심 재개발 사업에 밀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쫓겨나게 생겼다"고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백년가게본부는 "(공구거리에는 있는) 1만여업체와 4만여명의 종사자, 부양가족까지 20만명이 생업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어떤 이주대책이나 전통가게 보존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중구 청계 2~4가 사이에 위치한 공구 거리는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설정됐다. 해당 부지에는 2023년까지 재개발을 통해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백년가게본부는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근대화·산업화와 압축성장 탓에 전통가게들은 몰락과 쇠퇴의 길을 걸었다"며 "청계천에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게가 10곳가량 남았지만 명맥을 겨우 잇는 수준이고, 이마저도 정부의 대기업 위주 산업정책에 의해 사라질 위기"라고 호소했다.

'갓(笠)을 만드는 장인의 집에 우물(井)이 있다'는 말에서 유래한 중구 을지로3가역 입정동(笠井洞)은 기계·공구·전기·금형·금속과 관련 상점들이 들어선 '제조 거리'로 불렸지만, 지난해 10월 한호건설이 상점을 모두 헐고 26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백년가게본부는 "전통의 향기와 멋, 맛이 존재하는 개성있는 작은 가게들이 더는 존속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소상공인들이 전통을 지키며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상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생활유산이나 중요 건축자산은 보존하면서 (재개발을) 할 생각"이라며 "소상공인들의 이해관계 문제나 요구사항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dongchoi89@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