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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격퇴했다”던 IS 테러에 미국인 4명 희생…난감한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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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부 만비즈 자폭테러…미국인 4명 등 19명 사망

“주둔 후 가장 큰 피해”…IS “순교자가 폭탄 터뜨려”

미국 정치권 “전략 없는 철수가 위험 빠뜨려”



미군 철수가 시작된 시리아 북부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국인 4명을 비롯해 19명이 숨졌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해, 이슬람국가를 격퇴했다고 선언하고 철군을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에이피>(AP) 통신은 내전 감시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 발표를 인용해, 시리아 북부 만비즈 중심가에서 16일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2명, 미국 국방정보국 직원 1명, 미군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민간인 등 미국인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무장대원 5명과 민간인 10명도 숨졌다. 또 미군 3명이 다쳤다.

공격자는 미군 일행이 차를 세우고 식사를 하는 식당 앞에서 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미군들이 자주 식사하는 곳이라는 현지인들 말로 미뤄 공격자는 의도적으로 미군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만비즈는 미군과 공조해 이슬람국가 소탕전에 앞장선 쿠르드족 민병대가 점유하는 지역이다. 또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제압하겠다며 점령을 공언하는 곳이다.

테러 발생 직후 이슬람국가는 선전 매체를 통해 “순교자가 폭탄을 터뜨렸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외신들은 이슬람국가가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군이 2015년 시리아 주둔을 시작한 이래 이슬람국가의 공격으로 가장 많은 미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한겨레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 격퇴’를 선언하고 시리아 북부에 주둔한 미군 2200여명의 철군을 시작한 시점에 발생했다. 백악관은 쿠르드족의 안전이 보장돼야 병력을 뺀다며 조건부 철군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11일부터 일부 장비를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테러 공격 직후 미국 정치권에서는 철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비극은 미국이 얼마나 전략도 계획도 없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런 계획도 없는 성급한 철수는 우리 군대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우리가 싸우는 적들의 의욕을 고무시켰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았고,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성명에서 사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면서 “우리의 군대가 돌아오게 돼 미국인들은 안심할 수 있게 됐다”며 철군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발생한 테러도 트럼프 대통령의 ‘탈중동’ 기조에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나이로비 호텔에서 외국인들을 노린 총격과 폭탄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을 포함해 21명이 숨졌다. 미국인 희생자는 뉴욕 9·11 테러 현장에 있었으나 목숨을 구한 사업가 제이슨 스핀들러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직후 소말리아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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