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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0년 맞은 '사회봉사명령'] 年 6만명 '강제 봉사'...'딴짓'해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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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직 공무원 고작 138명뿐

대상자 복지시설 일손돕기 출결 등

협력기관서 허위입력에도 속수무책

"엄정한 법집행 위해 인력보강 필요"

서울경제


# 마약사범으로 검거돼 법원으로부터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A씨. 그는 인천준법지원센터로부터 사회봉사 집행을 위탁받은 한 사회적협동조합에서 17차례 도시락 배달 봉사를 했다. 하지만 A씨가 15차례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고 협동조합 대표이자 구의원인 B씨는 이를 알고도 300만여원의 대가를 받고 묵인한 혐의로 구속됐다. 인천준법지원센터는 이 기간 해당 조합에 4차례 현장감독을 나갔으나 적발하지 못했다.

유죄를 받은 사람들에게 교도소 구금이나 노역장 대신 사회근로를 시키는 사회봉사명령이 도입 30주년을 맞았으나 관리 부실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범죄자에게 속죄와 배상의 시간을 갖게 하는 사회봉사명령의 엄정한 집행을 위해 관리·감독 강화와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봉사명령 집행 대상자는 모두 6만286명에 달했다. 지난 2014년에 비하면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집행 대상자는 집행유예 실형에 더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자와 3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사회봉사로 대체하는 자로 나뉜다. 사회봉사명령제도는 1989년 소년 보호처분 대상자에 대해 처음 도입된 후 1997년부터 성인으로 확대했고 2009년부터는 벌금 대체로도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집행유예 사회봉사자가 5만1,224명, 벌금형 대체 사회봉사자가 9,062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보호관찰직 공무원은 현재 138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보호관찰관이 사회봉사의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직접집행’보다 사회복지시설 등 협력기관에 위탁하는 ‘협력집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직접집행 비율의 경우 2014년 27.4%에서 지난해에는 17.2%로 크게 떨어졌다. 결국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10명 가운데 8명은 위탁 집행되는 셈이다.

그러나 협력집행마저도 부족한 인력 탓에 최소한의 관리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 57개 보호관찰소에서는 사회봉사 협력기관 1,179개를 관리한다. 보호관찰소는 PC(화상카메라)를 통해 협력기관에 봉사 중인 대상자 출결 등을 살피며 이에 더해 보호관찰관이 기관에 주 1회가량 현장방문을 한다. 이를 뒤집어보면 협력기관 담당자가 사회봉사 대상자의 출결을 허위 입력하거나 대상자가 보호관찰관의 현장방문 시기를 피해 요령을 피우거나 이탈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인천에서 벌어진 사건도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법무부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상자의 추적·관리가 어려운 출장봉사는 지양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예산이나 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직접집행 비율을 높일 수 있고 협력집행에 대해서도 현장방문 횟수를 늘리거나 불시점검을 나가는 등 철저한 감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봉사 대상자들은 일반 시민이 아니어서 누군가의 감독을 받으며 봉사해야 하는데 지금은 협력기관에 맡겨둔 상태”라며 “사회에 나온 범죄자 관리라는 중요한 사회방위 업무를 하는 보호관찰 인력과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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