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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홍준표가 '레밍'을 썼다가 한시간만에 지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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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당권 레이스 행보가 빨라지자, 당내 견제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황 전 총리는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과 영등포 당사를 찾아 당직자들에게 입당 인사를 건넸다. 한명 한명 손을 잡고 “많이들 도와달라”고 요청하자, 당직자들은 “화이팅하십시오”라고 화답했다. 총무국을 방문해선 현재 당의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은 뒤 “잘되는 내일을 위하여!”라고 외치는 등 당심 잡기 행보를 선보였다.

회관 인사를 돌던 중 ‘한국당에서 친황(친황교안)계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 질문이 나오자 황 전 총리는 “친황이 아니고 ‘친한’일 거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친한이다. 친대한민국 친한국당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계파 논리 등) 쓸데없는데 정력 쏟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3시로 예정된 당 전국위원회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취소한 뒤 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돌아갔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초 오늘 전국위에서 황 전 총리를 당 상임고문으로 임명했다는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아침 비상대책위 비공개회의에서 임명 안건이 보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를 상임고문에 추대하는 문제는 지난 11일 황 전 총리가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만나 입당을 타진할 때 나왔던 얘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날 비대위 회의에선 “입당한지 3일밖에 안 된 황 전 총리를 상임고문에 임명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추대하면 전당대회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일부 비대위원들의 반대가 나왔다고 한다.

전대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도 황 전 총리 견제에 나섰다.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는 각각 사법연수원 13기ㆍ14기로 1985년 청주지검에서 1년간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중앙일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전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레밍 신드롬'이란 표현이 약 1시간 후 삭제됐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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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황 전 총리가 등판하자마자 벌써부터 당내에서 ‘친황계’가 형성됐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을 우두머리를 맹목적으로 좇다가 집단자살에까지 이르는 설치류 레밍에 빗댄 것이다.

다만 홍 전 대표는 글을 올린 지 약 1시간 만에 ‘레밍 신드롬’이란 단어를 삭제하고 ‘입당’으로 표현을 바꿨다. 이와 관련 홍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레밍은 의원이 주관을 갖고 있어야지, ‘쥐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라는 경고성 의미였다. 처음 글을 올릴 때부터 한 시간만 노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기자들이 홍 전 대표 글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홍 전 대표는) 나랑 초임 때 같이 근무해서 당시 친했다. 가족모임도 같이 해 홍 전 대표 아들도 잘 안다”라고만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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