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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아시안컵] 손흥민의 '살신성인'…토너먼트 앞둔 키워드는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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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혹사 논란에도 중국전 승리 앞장…조현우는 김승규 백업으로 헌신

김문환, 이용 대신 만점 활약…출전 불발에 물병 걷어찬 이승우 행동은 '눈살'

연합뉴스

밝은 표정의 손흥민
(아부다비=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 승리한 손흥민이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19.1.17 jeong@yna.co.kr



(아부다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선수는 얼마 없습니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아시안컵에 세 번째 출전하는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끝난 중국과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취재진과 만나 '태극마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무려 13경기를 뛰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강행군에 지칠 법도 했지만 손흥민은 지난 14일 대표팀에 합류한 지 사흘 만에 중국전 선발출전을 자청했다.

이번 중국전은 대표팀에도 중요한 일전이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2연승을 했지만 상대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해 팬들의 따가운 지적을 받은 터라 대표팀 분위기는 다소 침체한 상황이었다.

16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자칫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힘겨운 토너먼트 대진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에서 '캡틴' 손흥민은 선발출전을 자청했고, 결승 골로 이어진 페널티킥 유도와 함께 김민재(전북)의 헤딩 추가 골을 코너킥으로 돕는 차원 높은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의 투입으로 벤투호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중국이 초반부터 전방 압박을 해왔지만 손흥민을 정점으로 빠른 패스와 날카로운 슈팅이 이어지면서 벤투호는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여줬다.

'손흥민 PK 유도에 도움까지' 한국, 중국 2-0 완파 / 연합뉴스 (Yonhapnews)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표팀 운영 원칙은 '원팀'이다. '원팀'은 결국 희생이 바탕이 돼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우리는 우승하러 왔다. 조별리그 통과는 목표가 아니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캡틴'답게 손흥민은 선발출전을 자처하며 팀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 앞장섰고, 그 결과 조1위로 16강에 오르면서 우승을 향한 '꽃길'로 팀을 이끌었다.

벤투 감독도 중국전이 끝나고 나서 "손흥민의 노력과 희생이 승리에 힘이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

현지 교민에게 인사나선 김민재
(아부다비=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골을 넣은 김민재가 경기가 끝난 뒤 현지 교민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2019.1.17 jeong@yna.co.kr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를 펼치면서 사실상 베스트 11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원톱으로 이청용(보훔)과 황희찬(함부르크)을 좌우에 세웠다.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주로 맡았고, 기성용(뉴캐슬)이 햄스트링을 다친 공백을 정우영(알사드)-황인범(대전)으로 구성했다.

중앙 수비는 김민재(전북)-김영권(광저우)이 도맡은 가운데 왼쪽 풀백은 홍철(수원)과 김진수(전북)가 번갈아 나왔다.

오른쪽 풀백은 이용(전북)이 주전을 맡았고, 골키퍼는 김승규(빗셀 고베)가 책임졌다.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사실상 베스트 11이 굳어지면서 나머지 12명의 선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출전기회를 노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벤치 멤버 역시 '희생'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멋진 선방쇼로 '월드컵 스타'로 떠오른 골키퍼 조현우(대구)가 백업 멤버로 김승규의 뒤를 받치고 있다.

후방 빌드업을 중요시하는 전술을 쓰는 벤투 감독은 조현우와 김승규를 놓고 막판까지 조율하다가 김승규에게 '1번 골키퍼'를 맡겼다.

'월드컵 스타' 조현우는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지만, 묵묵히 훈련에 집중하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문환(부산)도 비슷하다.

오른쪽 풀백에 이용이 버티고 있었지만 "훈련 때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주전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라며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결국 이용이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에 결장하자 대타로 나선 김문환은 활발한 오버래핑과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언제 경기에 나설지 모르는 백업 요원이지만 '원팀'을 향한 희생정신으로 꾸준히 벤치에서 준비한 덕분에 주전의 공백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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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벤투-이승우
(아부다비=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한국이 승리한 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이승우가 악수하고 있다. 2019.1.17 jeong@yna.co.kr



이런 가운데 중국전에서는 이승우의 돌출행동이 나왔다.

무릎을 다친 나상호(광주)의 대체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한 이승우는 조별리그 1~3차전에 모두 나서지 못했다.

중국전 막판 교체출전이 무산되자 이승우는 벤치로 돌아오며 물병과 수건을 걷어차고 정강이 보호대까지 내던졌다.

'톡톡 튀는' 개성과 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승우지만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로 나선 벤투호가 '희생'을 모토로 내세운 상황에서 자칫 팀 분위기를 깰 수 있는 섣부른 행동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성용과 황의조도 "이승우의 축구 열정이 커서 그랬을 것"이라며 후배를 감쌌지만 다른 선수들이 묵묵히 감내하는 '희생'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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