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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셧다운 26일째…돈 안줘도 연방공무원 일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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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막는 노동법· 일에 대한 자부심 등이 배경

뉴스1

셧다운 중에도 일하고 있는 미 교통안전국(TSA) 공무원.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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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달 22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한달 가까이 향해 가면서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연방 공무원들의 생활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 정계 일각에서는 백악관과 민주당의 셧다운 교착 정국을 깨뜨리려면 차라리 교통안전국(TSA)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일손을 내려놓아 항공 마비 사태가 오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소리까지 나돌고 있다.

TSA는 16일(현지시간) 예정없이 출근하지 않은 직원의 비율이 6.1%로 1년 전의 3.7%보다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주요 공항의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국방·교통·보건 등의 필수 분야 연방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막강한 힘을 알면서도 묵묵히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만의 연방 공무원이 셧다운으로 돈을 받지 못하면서도 출근해 일하는 '기현상'(?)의 이유를 연방 공무원의 파업을 금지하고 있는 법, 필수분야 공무원들의 자부심 등에서 찾았다.

◇"해고가 무서워"…연방공무원 파업 금지

미국의 노동보호법인 전국노동관계법(NLRA·와그너법)은 미 노동자에게 파업의 권리를 부여하지만 정부 기관 종사자들에게는 주지 않는다.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 당시 연방정부 파업금지 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1981년 항공관제소 직원들이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향상을 요구하며 파업했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다. 이를 거부한 1만1000명의 직원들이 해고됐다.

셧다운 무급 휴가에서 제외된 것으로 간주되는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인사관련 지침에도 이들 공무원은 셧다운 중 휴가나 병가 등의 사용도 금지되어 있다.

◇'나는 중요한 일 한다'는 자부심

노조 지도자들과 연방 공무원들은 무급 휴직중인 노동자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강조한다. 무급으로 일하는 공무원들도 자신의 일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다.

미 연방공무원노조(AFGE)의 공공정책 책임자인 재클린 시몬은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연방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매우 헌신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공공서비스의 중요함을 믿고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믿는다. 이들은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그래야하는 순간이 올 수 있지만 누구도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어졌다.

NYT에 따르면 관제사 노조 측도 '셧다운이 길어지면 파업이나, 작업 중단, 또는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인가' 묻자 "그런 행동을 용인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노조 "합법적 행위만이 정부 움직인다" 생각

미국 노조들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셧다운 관련 최소 다섯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중 하나에서 한 판사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일시 명령이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명령을 발령하는 것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노조가 추후 나올 최종 판결을 거슬러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 행동만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노조들의 기본 방침이라는 것이다.

연방 공무원들은 셧다운 이후 일인당 평균 약 5000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들 셧다운 공무원에 대한 임금 소급 지급 법을 서명했다.

하지만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연방 공무원들이 다른 직업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집세와 대출 이자를 내고 자동차 대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덮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활비가 비싼 워싱턴 지역임에도 TSA 신입 공무원들의 연봉은 2만8000달러(약 3140만원)에 불과하다.

TSA 측은 최근 결근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많은 공무원들이 재정적인 제약 때문에 출근할 수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한 직원은 청구서 대금을 위해 우버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 직장을 나와야 하는 공무원들은 부업을 잡기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4% 근방에 머물고 있는 강력한 고용시장 하에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다른 일을 찾아 떠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채용정보 사이트 인디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에서 올해 1월 중순까지 노동자들의 직군당 구인 목록 클릭이 최소 1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인디드 측은 "셧다운 영향을 받아 지난해 이 기간 보다 더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셧다운이 길어지면 일부 노동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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