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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F의 눈] '알츠하이머' 전두환 씨의 '나이스샷~', 해석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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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 중인 전두환 씨가 지난달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운동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월 전 씨 부부가 측근들과 신련하례회를 하는 장면.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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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천천히 기억을 잃어가며 무엇도 혼자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노인. 그렇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거리를 나가는 것이 두렵고,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뿐이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80 노인은 해맑게 웃다가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3~4살 아이와 다를 바 없다.

드라마, 영화에서 알츠하이머를 앓은 환자들을 묘사할 때 장면은 대부분 이렇다. 가족의 고통은 더할 나위 없다. 주변에서도 부모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지인의 이야기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인지기능 저하, 성격 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경직, 보행 이상,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두환 씨는 이 끔찍한 병인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다. 그의 아내 이순자 씨의 주장이 그렇다. 전 씨의 알츠하이머가 알려진 건 지난해 8월 26일이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불구속 기소 된 전 씨의 첫 재판 전날이었다.

전 씨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재판을 미뤄왔다. 재판이 열리는 장소가 광주지방법원이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이랬던 전 씨는 아내 이 씨의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발언으로 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18 단체 등은 이 씨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재판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재판부는 오는 3월 전 씨를 강제구인할 방침이다.

올해 88세인 전 씨의 이런 행동은 국민적 공분을 산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6일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전 씨가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이 씨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은 또 한 번 공분했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전 씨가 골프를 쳤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리고 가능한 일일까. 일단 전 씨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골프를 친다는 건 신체 운동을 한다는 것 아닌가. 법정 진술은 정확하게 사고할 수 있고 인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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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의 아내 이 씨는 전 씨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사진은 지난 2015년 3월 이 씨의 생일을 맞아 마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손을 잡고 나오는 전 씨 부부./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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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돌려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필자는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는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했던 라흥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운전하던 그를 취재한 바 있다. 당시 라 전 회장은 강남의 한 호텔 지하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당시 라 전 회장은 핵심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받았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최근 2~3년의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아무렇지 않게 운전하고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까지 해 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전 씨나 라 전 회장이나 재판 불출석의 이유로 알츠하이머 투병을 주장했다. 재판에서 진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알츠하이머는 매우 설득력 있는 불출석 사유로 이용될 수 있다. 전 씨가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은 이를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7년 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라 전 회장의 운전 등과 관련해 신경과 전문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운전 및 운동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초기의 경우 최근 기억부터 잊어버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해온 기계 조작이나 행동은 잊지 않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의학적 이론으로는 반박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 씨의 측근이 법정 진술이라는 사고 능력과 골프라는 운동 능력은 별개라고 주장하는 것도 신경과 전문의의 소견과 비슷하다. 재판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골프는 칠 수 있는 전 씨의 모습에서 국민은 '상식'적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 전 씨나 이 씨 모두 80세를 넘겼다. 이 부부에게 논란과 관련해 상식적 모습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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