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도 수원 동성중학교를 졸업한 장용석 전 경장의 막내딸 혜리(가운데)양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수원중부경찰서 남동학 여청계장, 김준배 경위, 혜리양, 동성중 김민지 담임교사, 장 전 경장 부인 황춘금씨. [사진 황춘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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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졸업식 앞두고 보인 고열 증상
장 전 경장의 부인 황춘금(45)씨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고열이 나면 굉장히 위험하다”며 “다행히 지금은 (열이) 정상 체온을 유지 중이다. 아마 졸업식에 가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 그랬는지 않았나 싶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2004년 6월 취객검거 과정서 불의의 사고로 쓰러진 장용석(49) 전 수원중부경찰서 경장의 손을 부인 황춘금(45)씨가 잡고 있다. 김민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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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찍을게요. 하나둘 셋!”
수원중부경찰서 남동학 여성청소년계장(경감), 김준배 경위, 박설현 경장이 졸업식이 열리는 동성중 교정을 찾았다. 요양 중인 장 전 경장을 대신해 혜리양을 축하해주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동료들이다. 남 계장은 번듯한 경찰 제복까지 갖춰 입었다. 이중 특히 김 경위는 과거 젊은 시절 함께 근무했다.
새초롬하던 혜리양의 얼굴에도 어느새 엷은 미소가 앉았다. “자, 찍을게요. 하나둘 셋!” 혜리양은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한 손에는 화사한 분홍 꽃다발과 졸업장이 들렸다. 황씨는 “벌써 남편이 쓰러진 지 15년이나 됐는데, 잊지 않고 함께 해줘 감사드린다”고 거듭 마음을 전했다.
불의의 사고 당시 어렸던 자녀들은 현재 청소년으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사진 황춘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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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현실 손잡아준 인연
장 전 경장은 의식이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황씨 앞에서는 ‘반응’을 보인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신혼 시절 김치볶음밥을 안주 삼아 반주를 곁들이던 두 부부만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면 활짝 웃는 표정을 짓는다. 또 새로 부임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나 수원중부경찰서장 등 높은 상관이 병문안을 올 때면 다소 긴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사고 후부터 지금까지 장 전 경장을 곁에서 돌본 윤성남(63) 간병인도 동의한다.
요양생활 전 건강한 모습의 장용석 전 경장. 순경 임용 후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황춘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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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올해 봄을 기다린다. 장 전 경장을 휠체어에 태워 근무했던 수원중부경찰서를 찾을 계획이다. 장 전 경장은 경찰의 날을 자신의 생일보다 더 챙겼던 열혈 경찰관이었다. 수원중부경찰서에는 현재 장 전 경장의 이름을 딴 구내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황씨는 경찰서 방문을 통해 장 전 경장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장 전 경장은 공무수행 중 부상을 입었지만 업무에 복귀하지 못해 2006년 3월 병상서 면직처리됐다. 10년 넘은 ‘친정 나들이’다.
황씨는 “근무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순직 또는 공상자 가족들은 힘겨운 고통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위로가 이들 가족에게 큰 힘이 된다. 지금까지 경찰가족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 적이 없다.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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