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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자율주행차가 로봇을 치고갔다…보험처리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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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현재 시험용 보험만 출시
사고원인 운전자·차 회사·통신사 등 다양해 세부논의 필요

이달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CES)에 참석하려던 러시아 로봇 제조사의 인간형 로봇 ‘프로모봇’이 밤거리를 배회하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모델S’에 받힌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네바다주 경찰은 사건을 조사했고, 프로모봇 제조사 측에서는 "사고로 입은 부상이 큰 편이라 CES 전시가 어렵게 됐다"고 했다.

인간형 로봇이 자율주행차에 치였다는 소식이 전해질 만큼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정부는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두고 관련 법안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정부의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상품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상품은 없지만, 만약 국내에서 인간형 로봇이 자율주행차에 치이는 사건이 일어났다면 보험 처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현재로선 시험용 자율주행차 보험만 출시

현재는 시험용 자율주행차 보험만 출시돼 있다. 시험용 자율주행차는 국토부가 발급한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차량이다. 현대해상(001450)삼성화재(000810)는 자율주행차 보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7년 관련 상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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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제네시스 자율주행 차량 시험탑승 현장 사진/김성민 기자



두 보험의 특징은 사고 원인을 따지지 않고 일단 보상해준다는 데 있다. 만약 테슬라의 모델S가 현대해상의 시험용 자율주행차 보험에 가입됐다면, 주행 중 일어난 사고로 상대방이 입은 모든 손해를 보험으로 보상할 수 있다.

다만 프로모봇의 고의나 일방적 과실로 인한 사고라면 배상이 불가능하다. 최근 프로모봇과 테슬라S의 사고영상을 두고 "프로모봇이 차에 받히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넘어진 사건이고 이는 홍보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만약 이렇다면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삼성화재의 시험용 자율주행차 보험인 ‘시험용 운행담보특약’에 가입했어도 사고 원인에 관계없이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사고로 행인이나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을 때 상해 등급에 따라 최고 5000만원을 보상 받는다. 인명 피해를 냈을 때는 1인당 1억5000만원 이상, 대물 사고가 났을 때는 2000만원 이상 각각 지급받을 수 있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사망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도 ‘피보험자’로 인정해 최고 1억원을 지급한다.

다만 시험용 자율주행차 보험은 말 그대로 시험용인만큼 이 조건 그대로 자율주행차 보험이 설계될 수는 없다. 이 보험이 그대로 상용화된다면 손해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보험 개발은 아직 첩첩산중…법부터 정비해야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보험 개발은 아직 더딘 편이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관련 법규도 미비하다. 정부는 운전 주도권이 자율주행 시스템에 있고, 필요할 때 운전자가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차량(레벨3)’을 2020년에 상용화할 계획이지만, 지난 11월에야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 구축안’을 확정했다.

이 로드맵에 포함된 단기과제에는 ‘사람’으로 한정됐던 운전자에 대한 정의를 ‘시스템’으로 확대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자율주행차의 자동차 보험가입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자동차보험배상보장법은 사람이 운전한다는 전제 아래 법이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는 보험 가입이 불가능했다.

로드맵에 따라 누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현재 운전자는 반드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자율주행차도 운전자가 되기 때문에 이를 만든 제작사가 자동차 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지 정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예 개입을 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량이라면 오히려 고민이 되지 않겠지만, 레벨3 단계에서는 사람도 자동차도 운전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논의를 거쳐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그 수준에 따라 레벨0부터 레벨4까지 나뉜다. 이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나눈 것으로 2020년 상용화 목표인 자율주행차는 레벨3까지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입력하고 잠에 들어도 알아서 운전해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는 레벨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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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제시한 자율주행차 단계. 현재 정부는 2020년 레벨3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벨3까진 기존 자차보험 따르자" VS "제조사 책임 확대해야"

자율주행차 사고는 특성상 자동차 제조사, IT소프트웨어기업 등 다양한 배상의무자가 있을 수 있고 책임소재 규명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보험 구조를 어떻게 짤 지도 고민해야 한다.

일단은 레벨3 단계의 자율주행차에 한해서 기존 자동차보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자는 목소리가 크다. 자율주행차 소유주가 보험에 가입하고, 사고가 나면 차량 소유주 보험사가 보상을 먼저 한 다음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방식이다. 사고 원인에 따라 보험사는 사고 원인 제공 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전한 무인운행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서 현재 법과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합리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레벨3이라도 자율주행차 제조사에 부담을 지우는 게 맞다는 논리를 편다. 자율주행차 시스템 결함으로 사고가 났는데 현행 제도대로 차 소유주가 이를 부담한다면 소유주가 내야 하는 보험료가 급등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자율주행차 제조사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미시간주는 2016년 12월 자율주행차 사고가 총체적인 개념의 시스템 결함으로 일어나면 자동차 회사가 부담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에서는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우선 지급하되, 시스템 결함이면 보험사가 자동차 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사고는 자동차 차체에서, 혹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IT기업의 실수로, 혹은 통신 미비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책임소재 규명이 어렵고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논의가 세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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