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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집값 8억5667만원 오른 13년 동안, 낸 보유세는 1151만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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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도별 편차 심해…집값 하락 때 공시가 하락폭 더 크기도

참여연대 “법적 근거 없는 공시비율 폐지해 공시가 현실화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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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유세 등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상승하는 집값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한국 사회의 조세형평성은 심각하게 훼손돼왔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서민들을 울리는 부동산 광풍과 극심한 자산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격에 근접한 수준으로 현실화돼야 무너진 조세형평성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법 취지와 달라 ‘들쑥날쑥’

16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참여연대 이슈보고서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추이 분석’을 보면 그동안 공시가격 결정이 얼마나 법의 취지와 다르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즉 이미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실거래가 혹은 적어도 그에 근접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제도가 전면 개편된 200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163만844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매년 공시가격의 평균 실거래가 반영률은 대개 60%대였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50%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현저히 낮은 것은 공시비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 조사인력이 산정한 주택 가격에 공시비율을 곱해 최종 결정되는데, 국토교통부는 내부적으로 공시비율을 ‘산정금액의 80%’로 정해놓고 있다. 공시비율이 공시가격을 낮추는 할인율인 셈이다. 문제는 공시비율이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는 지침이라는 점이다.

공시가격 제도 개편 초기부터 이미 공시가격과 실거래가는 큰 격차를 보였다. 2006년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3억4989만원인 데 반해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은 68.4%에 불과했다. 반영률은 2012년 73.9%로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시작부터 격차가 있었던 데다 이후에도 집값 급등분이 공시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보고서는 “2006년 이후 13년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분은 실거래가 상승분의 80.9% 수준”이라며 “정부는 실거래가 인상분만큼도 반영하지 않은 채 공시가격을 정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의 자치구별, 연도별 편차도 심했다. 자치구별 편차가 가장 컸던 해는 2008년이다. 서초구의 반영률이 75.4%인 데 반해 노원·도봉구는 61.1%로 14.3%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용산구는 연도별 편차가 가장 심했다. 반영률이 2012년 79.0%까지 오른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59.9%에 불과했다.

경향신문

16일 서울 잠실 서울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공시가·실거래가 괴리 좁혀야

보고서는 서울 아파트의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변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강남의 일부 단지를 분석했다. 가령 서초구 반포동 ‘반포푸르지오’(전용 59.91㎡)의 지난해 실거래가는 13억3000만원으로 2006년(4억7333만원)부터 계속 올랐지만, 공시가격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4억원대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집값이 뛰면서 공시가격도 6억5283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거래가 상승분의 절반만 반영된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전용 41.99㎡)의 실거래가는 2012년까지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다 2013년(5억9978만원)부터 치솟기 시작해 지난해 1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2013년 4억300만원으로 전년(4억6140만원)보다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는 6억7540만원으로 올랐다. 특히 이 단지는 2011~2012년 실거래가가 6억8638만원에서 5억9297만원으로 9341만원 떨어졌을 때 공시가격은 5억6620만원에서 4억6140만원으로 1억480만원이나 떨어졌다.

실거래가가 상승할 때는 공시가격이 이에 크게 못 미쳐 올라가지만 실거래가가 떨어질 때는 공시가격 하락폭이 오히려 더 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두 단지의 실거래가는 9억원이 넘지만, 공시가격이 9억원이 안돼 종합부동산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2006년부터 개포주공4단지를 소유한 사람은 지난해 기준으로 8억1744만원의 시세차익을 봤지만, 13년간 납부한 보유세는 시세차익의 1.8%(1463만원)에 불과하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아파트’(전용 131.48㎡)의 경우도 같은 기간 무려 11억7500만원 시세차익을 얻었지만, 그간 낸 보유세는 시세차익의 4.9%(5706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한 방안으로 공시비율 폐지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집행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공시가격은 실제 가격과의 괴리를 좁혀가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공시가격 수준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매우 낮은 현실을 고려할 때 실거래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매기기 위해서는 실거래가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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