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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F]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인공지능 학습… 네발 로봇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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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과학자들이 네발 로봇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네발 로봇이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 없이 상황에 맞게 다리와 몸을 움직여 자세를 복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르코 후터 취리히 연방공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다음 이를 실제 네발 로봇 '애니말(ANYmal)'에 적용해 보행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는 한국계 캐나다인인 황보제민 박사이며 포스텍 출신의 박사과정 이준호 연구원도 공저자로 참여했다.

조선비즈

네발 로봇‘애니말’. 인공지능의 강화학습 덕분에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터득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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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네발 로봇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적이 있지만 활용도가 낮았다. 수많은 동작을 기계 학습시키려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실제 로봇 대신 컴퓨터에서 인공지능의 강화학습을 진행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강화학습은 강아지에게 특정 행동을 계속 가르치기보다 우연히 그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나 먹이 같은 보상을 주는 훈련 방식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할 때 강화학습법을 이용했다.

연구진은 컴퓨터에서 애니말의 12개 관절 동작을 초당 거의 50만 회씩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실제 로봇으로 할 때보다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가 1000배 가까이 빨라졌다. 학습을 마친 인공지능을 애니말에 적용하자 명령 수행 속도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으며, 보행 속도는 25%까지 빨라졌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 넘어져도 스스로 몸을 움직여 바로 자세를 복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는 애니말이 건설 현장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거나 불규칙한 형태의 지하 터널을 검사하고, 심지어 다른 행성을 탐사하는 식으로 상용화되는 길을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애니말은 이미 지난해 10월 북해(北海)의 해상 변전소와 취리히시의 지하 하수관을 혼자서 검사하는 시험을 통과했다〈본지 1월 7일 A1면 기사 참조〉.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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