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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월세 깎아줘도 나가고… 권리금 없어도 들어오는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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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상권도 불황의 그늘

동아일보

경기 악화로 서울 도심에서도 빈 상가나 사무실이 늘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빈 점포에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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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안쪽의 한 골목. 다닥다닥 붙어 있는 1층 점포 10곳 중 3곳이 비어 있었다. 한 곳은 큼지막하게 ‘임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다음 블록의 1층 점포 4곳 중 1곳에도 ‘임대’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인근 M중개업소의 이모 씨는 “명동도 대로를 제외한 안쪽 골목에는 1, 2년 넘게 비어 있는 가게가 많다. 몇 년 전까지 권리금 1억∼2억 원을 줘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권리금이 없어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상가나 오피스 등 부동산 시장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소위 ‘잘나가던’ 핵심 상권조차 공실이 급증하면서 권리금이 실종되고 있다. 서울 오피스 시장도 오랫동안 비어 있는 사무실이 많아 세입자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늘어나는 빈 상가에 사라지는 권리금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 빈 상가가 많아졌다는 건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인들이 권리금을 포기한 채 장사를 접을 만큼 경기가 나빠졌다는 걸 보여준다. 서울의 대표 상권인 명동까지 장기 공실이 늘면서 이 일대 임대료도 일부 조정되고 있다. 중개업자 이 씨는 “오래 비어 있던 1층짜리 점포(약 40m²)를 지난해 12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00만 원에 계약했다. 직전 세입자가 보증금 2억5000만 원, 월세 1200만 원에 옷가게를 운영했던 곳”이라고 했다. 인근 D중개업소 대표는 “명동 일대가 전체적으로 권리금이 50% 이상 빠졌다. 중요한 건 그런데도 거래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단기간에 ‘뜬’ 상권일수록 심하다. 같은 날 경리단길 일대 중개업소들에 붙어 있는 상가 임대 매물 안내문에는 대부분 ‘무권리 점포’라고 써 있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공실이 아닌 곳 중에도 권리금 500만 원이라도 건지고 싶어서 문 닫아놓고 버티는 가게들이 많다”고 했다.

5개월 전 문을 연 경리단길의 한 식당은 직전 세입자보다 월 임대료를 50만 원 낮춰 200만 원에 계약했다. 권리금도 없었다. 2년 전 권리금 7000만 원을 주고 들어온 카페 주인이 권리금을 포기한 채 장사를 그만둬서다.

○ 오피스 시장도 ‘무료 임대’ 내세워 세입자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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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오피스 열풍 덕에 지난해 강남 등의 대형 오피스 시장은 공실이 일부 해소됐지만 장기간 빈 사무실이 여전히 많다.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3번 출구에서 강남역까지 테헤란로를 따라 걷다 보면 대형 빌딩의 ‘임대’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 빌딩은 주로 소유주가 연기금이나 펀드라서 임대료를 내려주는 대신 1년 계약하면 추가 2, 3개월치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무료 임대)’가 보편화돼 있다.

신축 대형 빌딩이 많은 종로 일대는 세입자 찾기가 더 어려운 형편이다. 종로구 관훈동의 지상 12층짜리 한 빌딩은 현재 2개 층이 비어 있다. 이 빌딩 관리사무소 부장은 “올 3월이면 한 층이 더 빈다. 원래 계약 만료 두 달 전에는 세입자를 찾는데 요즘은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접는 사람이 많아져 문의조차 없다”고 했다. 개인이 소유한 중소형 빌딩은 임대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종로구 공평동의 D중개업소 관계자는 “공평동 사거리에 있는 6층 규모 빌딩의 한 세입자가 1년 전 직전보다 30만 원 싼 월 90만 원에 계약했는데 계약이 끝나 나가려고 하니까 건물주가 더 내려줄 테니 나가지만 말라며 붙잡고 있다”고 전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임대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내다봤다.

주애진 jaj@donga.com·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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