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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탐사하다] 일자리자금 실적 급급…정작 어려운 곳 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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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업주들 4대보험 탓 꺼리자

월급 170만원대 이상 집중 공략

국세청·고용보험 DB까지 뒤져

“빨리 돈 받아갈 수 있는 곳 찾아”

두 명의 사업주가 있다.

①직원들의 월급이 135만원에서 157만원으로 22만원 오른 가게 사장

②직원들의 월급이 180만원에서 5만원 오르거나 동결된 가게 사장

지난해 최저임금은 월 급여 135만원(월 209시간 기준)에서 157만원으로 올랐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급격한 최저임금(16.4%) 인상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선한 정책’이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주가 가게·공장 문을 닫거나 직원 수를 줄일까 봐, 그래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봐 나온 대책이다.

중앙일보

지난해 1월 22일 김영주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주요 기관장들은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적인 안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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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①의 사장에게 집중됐어야 했다.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업무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의 증언이다.

“처음엔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조금 더 받는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에 집중했죠. 그런데 공짜로 주겠다고 하는데도 싫다는 거예요. 고용보험도 들어야 하고, 부담된다면서요. 위에서는 실적 때문에 난리인데 막막했죠.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한지 아세요.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던 사람들을 공략했어요. 170만원에서 190만원을 받는 근로자들이었죠.”

방법은 간단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시스템과 연계된 국세청·고용보험DB(데이터베이스)에서 소득 조회를 한 후 170만~190만원 미만 대상자를 추려냈다. 이를 ‘소팅(Sorting·분류) 작업’이라고 했다. 본지에 제보한 공무원은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상관없이 월급이 거의 오르지 않거나 조금 인상된 사람”이라며 “사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도 1인당 월 13만원씩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실적 압박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곳이 아니라 빨리 지급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근로복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산하 지사에서 일했던 한 심사원도 “급여가 180만원대일 경우 연말 상여금 등을 고려할 때 지원 기준 보수 총액을 넘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일단 지급하고 문제 되면 환수하면 된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울산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본사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지원’이라는 취지는 현장에서 이렇게 뒤틀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액(2조5136억원) 중 44.3%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지원됐다. 5~30인 미만은 42.8%, 30인 이상은 12.9%였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근로자 추정치는 약 142만 명, 5~30인 미만 사업장은 약 76만 명이다. 최저임금 영향을 더 받는 소규모 사업장이 비율만 보면 덜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요건은 월 평균 급여 210만원(비과세 적용 230만원) 이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종 수당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174만5000원(월 209시간 기준)의 120%선으로 정했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문현경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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