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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재일교포는 외래기생종"…'헤이트 스피치' 첫 벌금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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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在日·재일교포)라는 악성 외래 기생생물종”,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 불량한 조선인이라는 뜻으로 일제 강점기 순응하지 않는 조선인을 비하해 썼던말).

인터넷상에서 재일교포 중학생에게 중상 모략적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한 일본인 60대 남성에게 사실상 처음으로 형사처벌인 벌금형이 내려진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세계일보

60대 일본 남성이 재일교포 중학생에 대해 ‘자이니치라고 하는 악성 외래기생생물종’이라고 악질적인 헤이트 스피치 를 적은 블로그 내용. 변호인단 제공(버즈피드)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간이재판소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재일코리안 중학생에게 헤이트 스피치를 한 오이타(大分)현 오이타시 거주 66세 남성에게 모욕죄를 적용해 벌금 9000엔(약 9만원)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 남성은 지난해 가와사키시에서 열린 음악콘서트 관련 신문기사에 멘트가 나온 재일코리안 중학생의 실명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하면서 “일본 국내에 생식(生殖)하는 자이니치, 너는 불령조선인이다”, “자이니치라고 하는 악성 외래기생 생물종” 등 중상모략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내용은 이 남성의 블로그를 넘어 인터넷상의 익명 게시판에도 대규모로 퍼졌다. 이에 따라 중학생의 부모는 변호인단과 상의해 이 중 가장 악질적인 60대 남성에 대한 형사 고소를 검토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이에 관리회사이인 사이버에이전트에 임의의 발신자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가처분신청을 통해 IP주소를 입수한 뒤 프로바이더(인터넷 연결사업자)에 발신정보공개를 집행했다. 이 단계에서 60대 남성은 블로그 내용을 삭제한 뒤 “모욕 의도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은 모욕죄 혐의로 경찰서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2016년 일본에서 발효된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에는 벌칙 규정이 따로 없어 모욕죄를 통한 처벌을 추진했다.

가와사키간이재판소는 지난해 12월20일 벌금형을 내렸으며 이번 달에 벌금형이 확정됐다.

피해 중학생은 판결에 대해 “(판결을 보고) 안심했으나 이 블로그에서 쓰인 심한 헤이트 스피치를 봤을 때의 공포와 쇼크를 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상처를 입고, 가족 모두가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할머니와 같은 세대의 사람이 저에게 이렇게 심한 짓을 했다는 것도 충격”이라며 “앞으로 인터넷에서든, 실생활에서는 두 번 다시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인터넷에서의 익명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형사처벌된 것은 드물고 모욕죄로 처벌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처벌의 상징성에도 벌금 9000엔은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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