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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가 글로벌 금융위기 악몽 재연? 자산 유동성 두고 엇갈리는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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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원 리서치센터와 체인파트너스 CP리서치 주장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가 다양한 악재로 휘청이는 가운데 STO(Security Token)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STO에 대한 미래 전망이다.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원 산하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STO의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유동성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경우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필적할 수 있는 악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체인파트너스 산하 CP리서치는 ‘너무 나간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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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P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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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둘러싼 갑론을박

증권형 토큰, STO는 현재 암호화폐 공개 ICO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STO는 일반적으로 자산을 토큰의 형태로 변환해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유틸리티 토큰과 비교해 자본 시장법 적용을 강하게 받으며, 상대적으로 투명하다.

STO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최근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블록체인 개인이나 기업이 백서를 발행해 투자자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토큰을 발행하는 ICO는 업계의 상식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잦은 논란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체인파트너스에 따르면 ICO의 황금기는 이미 끝났다.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ICO 조달액은 상반기 대비 74%로 감소하는 등 쇠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국의 규제기관이 ICO를 압박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ST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체인파트너스 산하 CP리서치는 16일 보고서를 통해 그 가능성에 더욱 주목했다.

CP리서치는 STO 생태계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기관의 참여가 늘어나면 외연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봤다. 인디고고 등 기존 증권형 클라우드 펀딩 업체들이 STO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기존 유틸리티 토큰에 관심을 두고 유통업계도 최근 STO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TO 거래소의 비전도 조명했다. CP리서치는 기존 유틸리티 전용 거래소의 경우 단순 토큰 중계만 할 수 있었으나 STO 거래소는 수준 높은 블록체인 기술이 담보된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증권 거래소 SIX와 몰타 거래소 MSE 등이 블록체인 기술 테스트를 넘어 STO를 취급하는 거래소를 발표한 배경이다. 나아가 보안의 영역에서도 STO는 상당한 가치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코인원 리서치센터도 STO 자체에 대해서는 그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 유동성의 관점에서 이를 맹신하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필적하는 공포가 닥쳐올 것이라 경고해 눈길을 끈다.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14일 “STO의 주요 기대효과로는 기존에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을(부동산, 비상장기업 주식, Venture Capital 등) 비용 효율적으로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누어 토큰화 시켜 접근성과 유동성을 향상시켜 새로운 투자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라면서 “하지만 이 개념은 1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코인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공학의 탈을 쓴 쪼개기와 유동화가 낳은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의 무리한 발행이 ‘만악의 근원’이다. MBS는 금융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장기 대출한 주택담보대출(주택저당채권) 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 증권으로, 금융기관은 이를 금융투자자들에게 매각해 만기 이전에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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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코인원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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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체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발행 및 유통시장이 활발해 신용도가 낮은 담보대출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을 때 금융공학 기법이 가미되면 재앙이 벌어진다.

신용도가 낮은 고위험(Subprime) 채권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법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등장한 금융공학은 쪼개기와 상환우선순위의 조절을 통해 Subprime 채권의 부도 위험을 고르게 전가, 위험을 표면적으로 제거한다. 이를 통해 모든 조각을 투자 적격 등급인 것으로 보이게 해 유동성을 제고한다. 하지만 이는 더 큰 재앙의 시작이다. 2007년에는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모든 주택담보대출들은 서로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점을 간과, 결국 외부요인에 따른 일부 파산이 빠른 속도로 연쇄파산을 일으켜 금융위기를 나았다. 결과적으로 유동적이지 않아야 할 자산에 대량으로 유동성이 부여돼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설명이다.

STO가 자산의 유동화에만 무리하게 집중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파탄이 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순간이다. 코인원 리서치센터는 “효율적인 자산 유동화라는 기능에만 집중하며 STO를 진행하면 레몬마켓(Lemon Market/효율적이지 않은 저가의 상품만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며 이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금융공학 기법 활용이 예상된다”면서 “이는 위험한 결말을 가져올 수 있으며 그런 만큼 위험 통제를 위해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동적이지 않은 자산을 ‘억지로’ 유동화시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CP리서치도 코인원 리서치센터가 보여준 STO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준다. CP리서치는 “이론적으로 STO는 무리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여러 장점은 아직 이론에 불과하며, 이들이 실현되려면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CP리서치는 STO의 개화 시기를 빨라도 2020년이라 전망했다.

STO의 개화 시기가 건전하게, 그것도 빠르게 오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CP리서치는 코인원 리서치센터와 달리 자산 유동성이 핵심이라고 봤다.

코인원 리서치센터가 STO의 가치를 유동성에서 찾으면 재앙이 올 것이라 경고한 상황에서, 오히려 STO를 유동성 관점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 셈이다. CP리서치는 “결국 STO의 유동성이 중요하다”면서 “STO가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관 자금 및 시장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CP리서치는 STO를 유동성의 시각으로만 접근하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위기가 올 것이라는 주장에는 더욱 선을 그었다. CP리서치는 “지나친 기우”라면서 “부동산 유동화 STO가 금융위기 주범인 MBS와 유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볼커불과 같은 규제가 존재하고 아직 시장의 크기가 작아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FSB는 지난해 10월 현재의 암호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미치는 중요한 위협은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STO가 기존 MBS 대비 시장의 투명성이 높고 안전하다고 본 바 있다.

CP리서치는 또 “STO는 기존 ICO가 해내지 못한 것을 STO가 해낼 수 있다”면서 “기관 참여가 확대되며 ABS의 토큰화 및 기존 시스템에서 블록체인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시장은 획기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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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P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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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의 가능성, 그리고 미래

지금 당장 ICO의 시대가 끝나고 STO의 시대가 빠르게 온다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 업계에서는 STO의 비전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후오비 코리아 운영본부 엘레나 강 실장은 지난해 12월 암호화폐 밋업 ‘진써살롱 Vol.1 뉴 시리즈(Jinse Salon Vol.1 New Series)’에서 “국내의 경우 ICO를 금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도 없고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현재 국내에서 STO를 적용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STO는 이자, 의결권, 지분 등이 투자자의 소유가 되어 투자자 보호 및 책임이 강화될 수 있어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으며 암호화폐 특유의 허상적 이미지를 바로잡아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최근 최재원 대표 체제를 선언한 빗썸이 미국에서 STO 실험에 나서는 등 다양한 가능성 타진도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관점이다. 특히 자산 유동성에 집중한 STO가 어떤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의 이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자산 유동성을 강조하는 것이 향후 토큰 이코노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각양각색이다. 여기에는 유틸리티 토큰의 생명력에 대한 오래된 고민도 깔렸다는 평가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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