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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신약 속도전…AI로 개발기간 10분의 1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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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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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신약은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하는 것이 중요한데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데이터 확보, 개발 타당성 검토까지 신속하게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신약 출시를 앞당길 수 있다.

기존에는 후보물질을 찾고, 약효와 안전성을 검사하는 데 일일이 조사가 필요했지만 AI 빅데이터를 통해 소수 후보물질을 추려낼 수 있다. JW중외제약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가 보유한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인 '클로버(CLOVER)'는 300종이 넘는 암 세포주, 유전자 정보 등을 갖고 있다. 클로버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질병에 잘 듣는 유효 물질을 찾아내고 신약 개발 시 약효 등을 예측해 상용화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JW중외제약은 지금까지 클로버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9종을 발굴했고, 이 중 3개는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초기 약물을 찾아 임상 후보물질로 키울 확률은 평균 35%인 반면 클로버를 활용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은 모두 임상에 돌입했을 정도로 실패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CJ헬스케어는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AI 플랫폼 전문인 신테카바이오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면역항암제 내성을 없앤 유효물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신테카바이오의 항암 효과 예측 모델은 하루 최대 2000만개 후보물질을 가상 세포주 800개에 적용해 어느 암에 효과가 있을지 예측해낸다. 이를 통해 CJ헬스케어는 종양세포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효소인 IDO·TDO 활동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IDO와 TDO는 활성화되면 면역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암세포 내에 면역억제제인 '키뉴레닌'을 축적해 치료 효과를 막는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초기 관문인 유효물질을 찾는 시간을 줄여 신약 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AI 기반의 임상 데이터 전문업체 메디데이터를 통해 효과적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메디데이터의 '엣지 센트럴 모니터링'을 활용하면 임상시험 때 임상 대상으로 부적절한 환자들을 미리 걸러내는 한편 거짓으로 임상 활동을 보고한 환자 정보 선별도 가능하다.

메디데이터 관계자는 "AI 기반 모니터링은 포괄적인 정보 분석을 통해 임상 데이터 오류나 이상치를 신속하게 식별해 부적절한 임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줄여준다"며 "임상 데이터 품질과 효율성을 높여 신약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2014년부터 AI 연구팀을 두고 질환과 약물 간 연관성을 추적해 환자 맞춤형 후보약물을 발굴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최대 1만개 후보물질을 검색해야 하는데 AI는 한 번에 100만건의 논문을 분석해낼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며 "AI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기간이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적은 희귀질환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하기가 힘들지만 AI를 활용해 기존 데이터 정보를 분석하면 소규모 임상만으로도 결과 예측이 가능하다. 비전형적 림프절 증식이 특징인 캐슬만병은 미국에서 매년 7000명 정도만 진단받을 만큼 희귀질환이다. 환자가 적다 보니 신약 개발을 위한 바이오마커(약물 반응성을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찾는 것부터 어렵다. 하지만 메디데이터의 '레이브 오믹스'라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쓰면 캐슬만병 환자들의 유전자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약물 반응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만들어 임상시험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데이터 분석은 임상시험 시 부족한 대조군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한다. 임상시험은 시험 대상 약물 외에 위약(僞藥)이나 기존 치료 약물을 쓰는 대조군 환자 집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희귀질환은 환자 수 부족으로 대조군 모집이 힘들 뿐만 아니라 말기 암환자나 소아암 환자에 대한 위약 처방은 윤리적 문제까지 있어 단일군 임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과거 임상시험 결과 중 활용할 만한 자료를 뽑아내 시험 약물과 대조 시험을 할 수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 AI 신약 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해 신약 개발 시 제약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민간기업 혼자서 얻기 힘든 보건의료 자료 등 빅데이터를 AI 신약개발센터에 올릴 계획이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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