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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세청, ‘10억 이상 땅부자’ 26만명 자금출처분석 대상서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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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과세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

10억 이상 건물·주택 소유자만 포함

토지 보유자는 대상에서 빠뜨려

‘30살미만 주식 취득’ 조사도 구멍

감사원, 위법·부당사항 20건 지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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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충북 청주에 27억1천만원 상당(2015년 시가표준액 기준)의 땅을 가지고 있지만 국세청이 서면조사 등을 통해 부동산 매입 자금 출처를 엄격히 살펴보는 ‘고액자산가’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10억원 이상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은 고액자산가로 분류해야 하지만, 국세청이 실무 작업 과정에서 건물·주택 소유자만 대상으로 하고 토지 보유자는 실수로 빠뜨렸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16일 “2017년 국세청이 토지 자료(개별 공시지가)를 고액자산가 집단 선정에서 감안하지 않아 10억원 이상 부동산 과다 보유자 51만107명 가운데 50.8%인 25만9127명(2017년 기준)이 고액자산가에서 누락됐다”는 내용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과세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절반 넘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가 건물이나 주택이 아닌 땅을 보유하고 있었던 덕에 자금 출처 분석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당시 국세청은 부동산이나 주식 보유액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이들을 고액자산가 집단으로 추려 부동산 취득 자금 출처를 심층 분석해야 할 대상자로 삼았다.

고액자산가에서 누락된 이들 가운데 2014년~2015년 6월1일까지 20억원 이상 부동산을 매입한 이들(471명)을 대상으로 감사원 지적 뒤 국세청이 다시 약식 검사를 해본 결과, 327명(69.4%)의 부동산 취득 자금이 소득 등 부담능력에 견줘 일정 수준 이상 많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증여세를 탈루한 채 가족 등에게 물려받은 자금으로 부동산을 샀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7년 당시 자금 출처 조사를 위해 고액자산가를 추리는 시스템을 급하게 구축하면서 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진이 토지 공시지가를 따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실제 이후 조사에서 이들 가운데 탈루 혐의가 있는데도 조사를 받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시스템 문제 역시 모두 해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국세청이 주식 변동 조사에서 ‘30살 미만 연령대’를 따로 점검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주식 변동 조사는 소유한 주식 액수가 갑자기 크게 변한 이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30살 미만 주식 소유자는 변동 금액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벌이가 별로 없어 자금 증여를 통해 주식을 취득하고 증여세를 탈루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국세청이 이 연령대를 따로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이 2013~2015년 주식을 취득한 만 30살 미만 1만4566명을 살펴본 결과, 이 중 3849명의 직전 3년간 소득 합계 금액이 주식 취득 금액에 미달했고, 직전 10년간 상속·증여세 신고를 하지도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해 국세청의 고가 부동산, 변칙 주식거래 등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20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지적하고 시정 2건, 주의 6건, 통보 12건 등의 조처를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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