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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태국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잡는다는데…우리는 왜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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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미세먼지 저감 목표로 18일까지 인공강우 실시
중국발 미세먼지 넘어오는 날 구름한점 없어...인공강우 불가능
인공강우 이후 대기에 일으킬 부작용도 아직 확인된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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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시 소방당국은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물대포를 시내 곳곳에 배치, 미세먼지 저감에 활용 중이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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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서울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가 위험수위로 올라온 태국의 수도, 방콕시가 인공강우를 실시해 미세먼지에 대처하겠다고 밝히면서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험이 진행된 바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미세먼지보다 서풍을 타고 넘어온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훨씬 강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겨울철 서해안과 한반도 일대에 고기압이 자리잡은,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거 넘어오기 때문에 인공강우를 실시하기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현지 언론과 외신들에 의하면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시 당국은 미세먼지 저감을 목표로 이날 저녁부터 방콕시 일대 상공에 인공강우를 실시, 대기상태를 고려해 최소 18일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공강우는 2대의 인공강우 실시용 항공기를 통해 진행된다. 이와함께 태국 공군은 산불진압용 수송기를 개조해 하늘에서 물도 뿌리기로 계획했다. 방콕 소방당국은 먼지를 씻어내리기 위해 시내 곳곳에 배치한 물대포를 연신 쏘아대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공강우 기술을 미세먼지 저감 등 대기질 개선에 가장 많이 활용 중인 국가는 중국이다. 베이징에서는 지난해 3월, 가뭄과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인공강우를 실시해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가뭄이나 대기질 개선을 목적으로 상당히 많은 인공강우를 실시 중이다. 아예 티베트 등 서부지역에서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 약 160만㎢ 규모의 대규모 인공강우 시설을 건립 중에 있다. 이 대대적인 인공강우 계획은 이른바 '텐허(天河)' 프로젝트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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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인공강우용 비행기 모습(사진=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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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 강국인 중국은 물론 태국도 나서는 인공강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효성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8년 이후 본격적인 연구도 시행됐고, 2010년대 들어서는 수차에 걸쳐 실험도 진행했지만 기술적 문제와 지역적인 문제가 겹쳐 실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돼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본격적으로 활용되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에는 경기도와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이 함께 5월~12월까지 경기도와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 9차례에 걸쳐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만든 비의 양이 너무 적어 저감효과를 확인하는데는 실패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 기술적 한계도 문제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기후영향도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이후 겨울철 한반도의 기후는 북극한파가 강풍을 동반해 밀려왔다가 중국 및 서해안 일대의 온난기단이 접근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특히 서해안 일대의 고기압이 자리잡으면 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거 넘어오게 되는데,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대체로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태국처럼 열대지방이라 비구름이 잘 형성되는 온난다습한 기후에서는 비구름에 인공강우를 실시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인공강우 기술은 비구름이 아예없는 맑은 하늘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가져올만한 강한 비를 만들어내는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공강우는 아직 기상에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확인되지 않은 기술이다. 중국이나 미국의 경우에도 인접한 지역에서 너무 인공강우를 많이 실시, 오히려 비구름씨가 작아지면서 강수량이 줄어들은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저감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선행돼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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