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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튜브는 어떻게 '탑골공원'을 접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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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the300][런치리포트-'정치 핫플' 유튜브 분석]③유튜브 '편리함'·'익숙함'에 50대 열광…자동추천 알고리즘에 '확증편향'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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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프리덤코리아’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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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이 진실을 왜곡하니까. 우리가 보고싶은 진짜 사실은 유튜브만 알려주니까"

50대 유튜브 구독자의 얘기다. 그의 스마트폰에선 하루 종일 보수 성향의 유튜브 방송이 재생된다. 10대 다음으로 유튜브의 '큰 손'으로 부상하는 50대 이상. 그들은 왜 유튜브를 사랑할까. '잘 보이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꺼리던 노인들이 왜 유튜브에 열광하고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유튜브 구독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구독자 역시 소위 '오픈빨'(개점 효과)일 뿐, 구독자에 대한 분석 없이는 장기적으로는 보수 진영의 유튜브 장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누가, 왜 유튜브로 정치를 접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1년새 2배…중·장년층 유튜브 이용시간은 어디에 쓰이나=실제로 구독자 기준 상위 10개 정치 유튜브 계정 총 구독자 수는 현재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구독자는 보수 성향의 정치 유튜브 계정에 몰려있다. 유 이사장의 구독자 57만명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꺾었다는 데에서 주목 받았지만, 전체 지형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다. 상위 10개 계정 가운데 진보 성향은 유 이사장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딴지방송국' 뿐이다.

대부분이 보수 성향의 구독자들이다. 아직 구독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분석 결과는 없지만, 보수 성향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들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 보수 성향이 짙은 이들이 정치 유튜브 구독에 몰리면서 보수 정치 유튜브의 득세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 시간도 이미 20대와 30대를 뛰어넘은지 오래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 세대별 사용 현황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79억분(2018년 11월 기준)이다. 전 연령대 가운데 2위다. 1위는 86억분인 10대가 차지했다.

이용시간의 증가폭도 50대 이상이 가장 크다. 50대 이상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7년 11월 기준으로 39억분이었다. 1년 사이 2배 가량이 늘었다. 10대는 1년 전에도 77억분으로 증가폭이 11% 가량에 불가하다. 소비하는 시간은 10대가 더 많지만, 10대가 유튜브에서 소비하는 콘텐트의 종류는 영화, 게임, 패션, 음악 등 다양하다. 하지만 50대 이상은 다르다. 주로 정치 관련 영상을 시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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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이면 '믿음직한 사이다 해설'…유튜브에 열광하는 이유=스마트폰 작동법조차 어렵다던 중·장년층이 유튜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과 업계, 구독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정리할 수 있다.

①편리함 : 유튜브 콘텐트는 편리하다.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을 메신저 SNS를 통해 전달받은 링크를 클릭하기만 하면 동영상이 재생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유튜브 앱(어플리케이션)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온라인 신문기사를 읽을 때처럼 활자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누르고, 듣고, 가끔 나오는 굵은 자막만 보면 된다.

②익숙함 :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가르는 지점이다. 둘 다 일방형 방송이지만, 화면이 있는 유튜브는 TV와 조금 더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언제 어디서든 안방에서 TV를 보는 느낌으로 정치 뉴스를 접할 수 있다는 익숙함이 크게 작용한다.

③신뢰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정권 교체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보수 논객들이 유튜브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보수 성향의 종편 채널에서 얼굴을 익힌 보수 논객들이 얼굴을 걸고 하는 유튜브 채널에 신뢰감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④통쾌함 : 기성 언론에서 맛볼 수 없는 통쾌함이다. 진보·보수 유튜브 계정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감시기관이 없는 유튜브의 특성상 진행자들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다.

⑤불신 : 기존 매체들에 대한 불신도 유튜브로 유입을 가속화한다. 특히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마음을 둘 곳을 잃은 보수 지지자들을 흡수했다. 정치 유튜버들이 집회 현장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편집 없는' 방송을 하며 진실을 보여준다는 인식을 줬다.

한 50대 후반 보수 유튜브 구독자는 "현재 신문은 물론이고 방송에서까지 왜곡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면 되는데 편집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일부분만 보여주는 게 언론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구독자는 "보수 채널은 편집의 부족함 등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며 "우린 그것이 진실이라 믿고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유튜브를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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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클릭하면 '개미지옥'…유튜브發 '확증편향'=사용자 선호를 분석해 영상을 추천하는 자동 추천 시스템도 중·장년층이 유튜브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보검색에 약한 중·장년에게 강점으로 작용한다. 틀어만 두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틀어주는 TV와 똑 닮았다.

한편으론 이같은 알고리즘 때문에 구독자들 각자의 성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이른바 유튜브발(發) '확증편향'이다. 유튜브는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 시청 시간, 좋아요 선택, 콘텐츠, 패턴 등을 실시간 분석해 이용자 관심사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카카오톡 등으로 전달받은 유튜브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자동으로 해당 유튜브 계정에서의 구독 성향으로 수집된다. 단 한 번만 특정 성향의 정치 콘텐트를 감상하게 되면, 그 이후로 유사한 성향의 콘텐트가 끊임없이 추천된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이른바 '개미지옥'에 빠지는 셈이다.

이택광 교수는 "한 번 시청을 시작하면 입맛에 맞는 동영상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자칫 편향된 내용의 콘텐츠에만 매몰될 수 있다"며 "특히 정치와 관련해서는 이같은 경향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치 평론가로 활동중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 역시 "오히려 이런 것들이 사회 구성원들간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시청자들이 정확히 판단하지 않으면 서로 양극단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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