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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SSUE INSIDE] ‘CES 2019’로 본 IT 뉴트렌드-롤러블 TV·걷는 車·만능로봇 대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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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자동차, 건강 챙겨주는 로봇, 화면이 돌돌 말리는 TV….

지난 1월 8~11일(현지 시간)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19’에서는 5G(5세대) 통신, AI(인공지능), 모빌리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우리 삶을 바꿀 만한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가전, 로봇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적용한 신개념 자동차도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IT 기업, 완성차 업체 등 4500여곳이 참가해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뽐냈다.

매경이코노미

LG전자가 ‘CES 2019’ 전시관 입구에 올레드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 붙여 만든 초대형 ‘올레드 폭포’ 조형물을 연출해 관람객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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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로봇 경쟁 뜨거워

▷건강 챙기고 작업 돕는 로봇 눈길

이번 CES는 ‘첨단로봇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는 저마다 개발 중인 첨단로봇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로봇은 총 6종. 움직이는 로봇 형태 3종에는 ‘삼성봇’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몸에 장착하는 웨어러블 기기 3종은 ‘젬스’ 이름이 달렸다.

이 중 ‘삼성봇 케어’는 실버세대 건강과 생활 전반을 챙겨주는 로봇이다. 사용자의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해주고 복약 시간, 방법에 맞춰 약을 먹었는지도 관리해준다. 사용자가 넘어지거나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처하면 119에 자동으로 연락할 정도로 똑똑하다. ‘삼성봇 에어’는 집 안에서 공기질이 나빠진 곳을 스스로 찾아가 정화해주는 기능을 담았다.

웨어러블 기기 젬스는 걷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개발했다. ‘젬스-힙’을 고관절에 착용하고 걸으면 평소보다 20%가량 힘을 덜 써도 된다. ‘젬스-니’는 일어서거나 계단을 오를 때 30㎏ 이상 체중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자연스레 무릎 통증이 줄어든다.

LG전자는 근로자의 허리 근력을 보조하는 ‘LG 클로이 슈트봇’을 공개했다. 사용자가 일정 각도 이상으로 허리를 굽히면 로봇이 이를 감지해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 사용자가 허리를 펼 때 로봇이 사용자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보조한다. 반복 작업을 많이 하는 경우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네이버도 퀄컴과 협업을 통해 양팔 로봇 ‘앰비덱스’를 원거리에서 조종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이 로봇은 ‘브레인리스 로봇’, 즉 두뇌가 없는 로봇이다. 두뇌에 해당하는 고성능 프로세서를 분리한 뒤 5G 이동통신 기술로 외부 고성능 프로세서와 팔을 연결했다. 클라우드라는 하나의 큰 두뇌가 여러 개 로봇 몸통을 동시에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내부 제어장치 없이 로봇 원격 조종에 성공한 것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국내 기업마다 로봇 사업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 성장해 2020년 188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1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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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신기술도 진화

▷화면 말 수 있는 LG전자 ‘롤러블 TV’ 화제

TV를 비롯한 가전제품 신기술도 쏟아져 나왔다.

LG전자는 TV 화면을 말 수 있는 ‘롤러블 TV’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화면이 스피커 안으로 말려들어 가고, TV를 볼 때는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참석자 호평을 받았다. ‘CES 2019’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가 올해 이 제품에 혁신상을 줄 정도로 가장 주목받는 신기술로 꼽힌다.

롤러블 TV에는 LG전자의 최고급 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 브랜드를 적용해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TV R’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데이비드 반더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총괄(부사장)은 “R은 화면을 말 수 있고(roll) 혁신적(revolutionary)이며,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redefine the space)는 세 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65인치 전체 화면을 보여주는 ‘풀뷰’, 화면 일부만 노출하는 ‘라인뷰’, 화면을 완전히 없앤 ‘제로뷰’ 등 세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LG전자는 연내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롤러블 TV를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롤업하는(위로 올라가는) 방식 외에 롤다운하는(위에서 내려오는) 방식, 바닥에 두지 않고 천장에 두는 방식 등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QLED 8K 98인치의 초대형 TV를 내놨다. QLED는 초고화질(UHD) TV에 비해 화소 수가 4배 많아 큰 화면에서도 선명하고 밝은 TV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85인치까지 개발해 공개했는데 올해는 98인치 초대형 TV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LG디스플레이는 88인치 8K 크리스털 사운드 OLED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크리스털 사운드는 스피커를 따로 달 필요 없이 종이 한 장처럼 얇은 패널을 TV 화면으로 쓸 수 있는 OLED 브랜드다. 2017년 CES에서 65인치와 55인치급 4K 크리스털 사운드를 선보인 지 2년 만에 화질을 4배 끌어올리고 크기를 키웠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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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기술 곳곳에 적용

▷자율주행차·로봇 이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활용

‘CES 2019’에서는 5G 이동통신이 바꿀 세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 운전자가 “알렉사, 아마존에서 영화를 보여줘”라고 주문하자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알렉사가 곧장 영화를 재생하겠다고 답한다. 얼마 후 운전석 앞의 넓은 화면과 뒷좌석 앞에 달린 화면 두 곳에서 영화가 나온다. 퀄컴이 ‘CES 2019’에서 공개한 장면이다. 5G 이동통신 기술에 기반한 기술이다.

5G 통신의 핵심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초당 20기가비트(Gbps)에 달해 기존 4세대 이동통신(LTE) 대비 20배 이상 빠르다.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생기는 지연 시간은 0.001초 이내다.

또 반경 1㎞ 이내 사물인터넷(IoT) 기기 100만개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다양한 기기와 한꺼번에 연결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로봇, 스마트공장 등에 효과적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5G 기술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다. SK텔레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가상현실(VR) 플랫폼 ‘소셜 VR’과 SM엔터테인먼트의 노래방 플랫폼 ‘에브리싱’의 협업 콘텐츠 ‘소셜 VR×에브리싱’을 공개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공간에 들어가 다른 참여자와 함께 노래 부르기 등을 즐기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홀로박스’ 서비스도 내놨다. 홀로그램에 SK텔레콤의 AI 플랫폼 ‘누구’를 결합했다. 관람객이 말을 걸면 홀로그램으로 전신이 구현된 사람 모습의 아바타가 몸짓, 표정을 바꿔가며 실시간으로 대화해준다.

▶완성차 업체 경쟁도 치열

▷신기술 봇물…‘라스베이거스 모터쇼’ 별칭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 경쟁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저마다 “이동수단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주요 업체마다 부스를 차리고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현대차는 신개념 운송수단으로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바퀴 달린 로봇 다리 4개를 움직여 기존 이동수단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도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차체를 들어올려 장애물이 차 바닥에 닿는 것을 방지한다. 보행 속도는 시속 5㎞로 빠르지는 않지만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하면서 1.5m 높이 벽도 가뿐히 넘는다. 일반 도로에서는 로봇 다리를 차체 안쪽으로 접어넣어 주행 모드로 변신하고 기존 차량처럼 바퀴를 이용해 달린다.

엘리베이트는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센터 ‘현대크래들’에서 스타트업과 협력해 개발한 작품이다. 현대차는 엘리베이트가 상용화되면 수색, 구조 등 여러 공공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존 서 현대크래들 상무는 “엘리베이트는 기존 자동차 한계를 넘어선 신개념 이동수단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홀로그램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도 선보였다. 기존 헤드업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은 앞 유리 특정 부분에만 표시되지만 홀로그램 내비게이션은 앞 유리 전부를 사용한다. 또 도로와 건물 같은 눈앞 사물에 관련 정보가 덧씌워지는 식으로 등장해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보려 시선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길 안내, 목적지 표시, 현재 속도, 차선이탈 경고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현대차와 스위스 스타트업 웨이레이의 협업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전장업체 하만과 공동 개발한 ‘디지털 콕핏(미래형 커넥티드카 조종석)’을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의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종 장치 제어와 내비게이션, 라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결합한 전자동 조종석 개념이다. 3개의 OLED 디스플레이와 QLED 1개, 뒷자리에 2개의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운전석의 12.3인치 올레드 디스플레이는 속도계와 주유계를 비롯해 운행 정보, 내비게이션, 음악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율주행차도 갈수록 진화하는 중이다.

일본 토요타는 미국 실리콘밸리 자율주행연구센터 TRI가 개발한 자율주행 실험차 ‘TRI-P4’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차 컴퓨터는 트렁크 전체 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컴퓨터 크기를 대폭 줄여서 뒷좌석 아래로 넣어 눈길을 끌었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아우디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기차가 스스로 배터리 충전소를 찾아가도록 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자율주행 전기차가 주행할 때 배터리 잔량,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등을 계산해 충전이 필요하다면 자동으로 가장 근접한 충전소로 가는 식이다. 마치 로봇청소기가 방 안을 청소하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기를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차도 등장했다.

미국 헬리콥터 제조사인 벨헬리콥터는 플라잉카를 전시했다. 2020년대 중반에는 자율주행 ‘플라잉 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항공우주회사 에어버스와 함께 개발한 2인승 플라잉카를 선보였다. 평소에는 바퀴로 도로 위를 달리다가 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 모듈을 사용해 수직 이착륙하는 차량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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