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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도시어부'들의 무한 경쟁, 사고가 안 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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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전성시대, 안전사고는 더 늘었다
‘낚시 포인트’ 제한적…"‘선점 경쟁’에 새벽부터 전속력 전진"
‘도시어부’ 일정 맞춘 무리한 당일치기 조업도 문제

"포인트는 제한적인데, 사람만 늘었잖아요."
11일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낚싯배 ‘무적호’가 뒤집힌 사고가 벌어지자 해양 안전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고 입을 모았다. ‘낚시 전성시대’에 무리한 조업이 부른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낚시 인구 폭발적 증가 "무리한 ‘포인트’ 선점경쟁"
2017년부터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 흥행이 낚싯배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도시어부가 방영된 2017년 낚싯배 이용객 수는 415만명으로, 직전 해(342만명)보다 21%나 늘었다. 최근에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사고는 더 늘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87건이었던 낚싯배 사고 건수는 2017년 26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명 피해도 43명에서 10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낚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물고기가 몰리는 ‘포인트’는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어떤 배가 포인트를 먼저 차지하느냐’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요.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낚싯배들이 일제히 전속력으로 포인트까지 전진하는 실정입니다. 사고가 안 날 수가 없어요." 해양설비업체 포어시스 원종화 대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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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 출연진들이 선상 낚시를 즐기고 있다. / 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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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낚싯배 대부분은 새벽에 출발해 오후 4~5시 들어오는 ‘당일치기’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업 이후 귀가해야 하는 ‘도시어부’들의 사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짚느냐가 낚싯배 선장들의 능력이 된다. 통영의 한 낚싯배 업체 관계자는 "낚싯배 사업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선장의 ‘포인트 선점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조업도 많다. 2017년 인천 영흥대교 아래 수로(水路)를 지나다 급유선과 충돌한 낚싯배 ‘선창 1호’가 대표적이다. 당시 선창 1호는 어두컴컴한 겨울 새벽에 출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해경은 "낚싯배 선창 1호가 새벽에 무리하게 출항한 배경에는 과당 경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선창 1호에 탑승한 15명이 사망했다.

뱃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낚시 인구’가 늘어난 것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 낚싯배에는 선장·선원 1~2명이 탑승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낚싯배 선장은 "낚시조언이나 점심식사 준비로 정신없는 날은 조타실을 오래 비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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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여수 선적 9.77t급 낚시 어선 무적호(가운데)가 전복돼 통영해경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통영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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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선장 "싫어하는 ‘고객’에게 구명조끼 강요할 수 있겠나"
이런 상황이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구명조끼 미착용이다. 해경 관계자는 "구명조끼는 말하자면 자동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같다"면서 "구명조끼 착용 여부가 생사를 가르는 안전사고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낚시관리육성법에 따르면 선장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승객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하게 돼 있다. 승객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으면 선장이 승선을 거부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선원에게는 300만원 이하, 낚싯배 승객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법이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낚싯배 선장은 "한두 번 정도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고지하지만 손님이 착용을 거부하면 까다롭게 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우리도 단골을 만들어야 하는데 괜히 ‘선장이 깐깐하다’고 입소문 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도 "한번 출항하면 5~6시간 이상 낚시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구명조끼를 벗고 있는 승객이 많다"며 "바다 한가운데에서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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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전복된 여수 선적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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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무작위로 선정한 낚싯배 20척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90%(18척)가 선내에 구명환(원형튜브)을 구비하지 않았다. 70%(14척)은 자기점화등을 구비하지 않거나 비치 수량이 부족했다. 선원이 승객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한 낚싯배는 단 한 척(0%)도 없었다. 승선자 명부를 부실하게 작성한 배는 전체의 25%(5척), 승선인의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은 배도 70%(14척)로 조사됐다.

운영·관리상의 허점도 많다. 현행법에 따르면 구명·소방설비를 갖춘 10t급 미만 어선을 확보한 뒤 지자체에 신고하면 누구나 낚싯배를 운영할 수 있다. 규정된 승무 선원도 1명뿐이라 진입 장벽도 낮다. 익명을 요구한 통영 낚싯배 업계 관계자는 "2017년 갈치가 풍년이라 갈치잡이 낚싯배가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면서 "낚싯배는 사실 선장만 고용하고, 배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전규정·시설 마련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어선에 구명뗏목, 위치발신장치 장착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낚시 전용선 제도는 어민 반발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구조선을 정박시킬 수 있는 ‘전용계류장’은 전체 해경 파출소 95곳 가운데 27곳(28%)에만 마련되어 있다.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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