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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번호-개인폰 강제 연결'‥직장인들 "저녁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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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선번호-개인폰 연결앱, 직원에게 '강요' 논란
휴식시간·퇴근 이후에도 업무전화 늘어
"직원 동의 없는 앱 설치, 법 제재 가능"


파이낸셜뉴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최근 들어 자주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 내선번호와 A씨의 휴대전화가 연결된 이후 개인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업무 관련 전화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A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이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선전화-휴대전화 연결 시스템을 도입, 이용을 의무화했다. A씨는 "점심시간은 물론, 화장실 이용 등 휴식 시간과 퇴근 이후에도 쏟아지는 업무 전화 때문에 마치 족쇄를 찬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의 '저녁이 있는 삶'이 위협받고 있다.

상당수 이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최근 몇몇 회사들이 사내 내선 전화를 반강제적으로 개인 휴대폰과 연결토록 해 퇴근 이후에도 업무가 이어져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용한 앱‥강제 도입한다면?
13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한 통신사는 지난해 5월 기업용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업에서 주로 이용하는 통신기능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욜로톡은 외근이 잦은 영업사원이나 운송업 등 특정 업종 종사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외근으로 인해 내선전화로 걸려오는 받지 못할 경우에도 꼭 필요한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일부 업체가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욜로톡 이용을 강요하면서 발생했다.

지난달부터 욜로톡을 도입한 한 업체에 근무 중인 직원 B씨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앱 설치 및 이용을 결정·통보해 울며 겨자먹기로 앱을 설치했다"며 "외근이 잦은 직종도 아닌데 회사 내선번호와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연결하는 것은 '업무를 위해 항상 대기하라'는 뜻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앱 설치 이후 개인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업무 관련 전화가 하루 평균 5~6건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모두 내선번호로 걸려온 전화였다.

퇴근 후에는 자동응답기능을 통해 수신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B씨는 지적했다.

그는 "수신거부, 자동응답 기능이 있다고 해도 거래처와 직장 상사 눈치가 보여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점심시간 같은 업무 중 휴게시간에는 물론, 퇴근 후에도 업무관련 전화가 올까봐 신경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동의 없었다면 법적 제재 가능"
전문가들은 회사가 직원들의 동의 없이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개인의 필요에 의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회사의 지시에 따라 억지로 이용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직원들의 동의 없이 회사 차원에서 개인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개개인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형식적·강제적 동의를 얻어낼 경우 개인 노동자가 반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시스템 강제 도입은 시간 외 근로와 휴게시간 비보장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선번호와 연결된 개인 휴대전화로 업무 전화가 왔을 경우 퇴근 이후라고 해도 일반 직장인들은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설령 근무시간으로 앱 사용을 한정한다고 해도 휴게시간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동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모든 시간을 회사의 업무와 단절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도 맞닿아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선 노조와의 교섭 등 회사 내 직원들과의 정당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회사나 직장 상사가 지위 등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으로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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