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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옆구리에 대한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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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옆구리에 대한 궁금증


저자는 머리말에서 “여기에 묶어둔 나의 글은 대부분 개인의 기억과 학습, 얕은 고찰의 결과들”이라고 적었다. 그는 ‘마라의 죽음과 생식기’에서 죽은 이의 몸뚱이에 남은 칼집을 보고 여성의 성기를 떠올린 미술평론가 유경희의 아름다운 담론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상처는 어쩌면 순교한 남성의 육체에 각인된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썼다. 칼집은 예수의 옆구리로 자리를 옮긴다. 부처를 낳은 마야부인의 옆구리와 매일 독수리가 대가리를 집어넣고 들쑤셔댄 프로메테우스의 옆구리도 피해가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 본성의 근원을 옆구리에서 찾고자 노력한 것이다. 인간의 몸뚱이는 여성의 가랑이 사이에서 나왔을지라도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정신성, 의지와 용기와 통찰과 창조의지는 옆구리에서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저자는 “이런 글쓰기 방식, 나아가 사유 방식이 독자의 공감과 이해를 얼마나 얻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언제나 공감을 갈구하는 행위가 아니며 글쓰기의 진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쓴다는 데에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정직하지 못한 태도, 즉 마음가짐이다. 글쓰기, 나아가 글이 특별한 기술이라는 인식에서 허위는 출발한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으로 몹시 괴로운 싸움을 했다. 글을 정직하게 쓰기는 매우 어려우며 때로는 고통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허진석 지음/글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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