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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노영민 실장 발탁, 문 대통령 ‘2기 청와대’ 구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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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권을 얻으려고 손을 든 기자들 중 한 명을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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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을 강화했다는 언론의 평가는 안타깝다. 청와대는 다 대통령 비서들이기 때문에 ‘친문’을 안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물러난 임종석 실장이 크게 섭섭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인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신임 비서진 임명에 대해 “‘정무적 기능을 강화했다’는 뜻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국회의원 출신인 만큼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도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싶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 팀이라는 것을 늘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문제를 언급하면서도 ‘한 팀, 원 팀’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분야에서 다른 생각·당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민간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권할 수 있는 사람을 등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부의 경제기조가 토론을 통해 결정되었는데도 다른 개인적 주장을 하는 사람이라면 원 팀이라고 할 수 없다”며 “탕평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른 의견을 갖더라도 토론을 통해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새로운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이 아닌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된 국정운영이었다는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교장은 이를 두고 ‘청와대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인데도 국정운영의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 집중된 ‘선출직 군주정’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노 실장 신년인사 ‘송무백열’ 뜻은



송무백열(松茂栢悅). 지난 1월 2일 노 실장이 주중대사를 하면서 지인들에게 돌린 연하장에 쓴 글씨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육기(陸機)가 쓴 ‘탄서부(歎逝賦)’에 나오는 글귀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벗이 잘되는 것을 기뻐한다’는 뜻으로, 지인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덕담이다.

그러나 노 실장의 위치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함의가 담겨 있다. 이때 노 실장은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았을 뿐 이미 비서실장에 내정된 상태였다. 지조 또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소나무가 청와대(문재인 대통령)라면 음수(陰樹)로 그를 보좌할 사람은 자신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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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신임 비서진이 배석하고 있다./청와대 사진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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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2기 비서진의 수장으로 노영민 비서실장이 최종 결정된 것은 지난해 12월 10일 열린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노 실장과 청와대 측의 면담 직후로 알려졌다. 이후 민정수석실 중심의 검증작업 진행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과 마찬가지로 3선 의원을 거쳤고, 내년도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성공만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혀주셨다”고 말했다. 1기 문재인 정부 비서진이 전체 임기 60개월 중 20개월을 함께한 사람이라면, 노 실장 팀은 나머지 임기의 3분의 2, 적어도 내년 4월 총선 이후까지 16개월 이상을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함께할 팀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장관과 달리 비서실장이나 수석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검증작업은 약할 수밖에 없다. 보수매체 등을 통해 과거 경력에 기초해 나오는 노 실장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의원 시절이던 2015년 낸 시집과 관련된 사안이다.

<하늘 아래 딱 한송이>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국회 산자위원장을 맡았던 노 의원 측이 산하 공공기관에 할당량을 줘 국회에 출판사 카드기까지 가져와 구매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시집은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출판사 홈페이지에도 발간도서로 수록되어 있지 않다.

1월 8일 통화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에 내정자에게 판권을 다 양도하고 납품한 시집”이라며 “당시 담당자가 현재는 그만둔 상태여서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당시 의원실은 “북 콘서트를 열면서 당시 동료 의원은 물론 피감기관에도 초청장을 돌리지 않았다”며 “일부 관행적 수준의 도서 구입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모두 반환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노 의원은 사과 성명을 내고 산자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둘째는 아들의 국회 부의장실 특혜채용 논란이다. 노 실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충청지역 정치권 인사는 “시집의 경우 나중에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논란이 된 카드결제는 통상적으로 국회의원이 그런 것까지 디테일하게 신경쓰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보좌진들의 단순 실수라는 것이다. 특혜채용 논란의 경우 “6개월짜리 단기 보좌관을 찾는데 지원자가 없어 연결되어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 전후로 노 실장은 강박적으로 주변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11월 하순 둘째아들 결혼식은 조용히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2기 청와대 ‘참여정부-삼성’ 밀월관계 재현?



시집 논란 이후 노 의원의 보좌진들은 다른 여당 중진의원실을 거쳐 대부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로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청와대에서 ‘산업정책’을 담당했다. 12년간 노 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이장섭 보좌관은 경제수석실 산하 산업정책비서관실에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충북도 정무부지사에 발탁됐다. 조영종 보좌관도 황희 의원실을 거쳐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에 들어갔다. 현재는 산업정책비서관실에 근무하고 있다. 이 부지사와 ‘바통터치’를 한 셈이다.

노 실장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출마하고 지역구를 도종환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양보했다. 이른바 ‘광흥창 모임’의 사실상 수장으로 지난 대선 캠프 때는 조직본부장을 맡아 담쟁이포럼 등 외곽 지지모임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승리 후 유력한 초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노 실장이 오랫동안 대기업 정책을 다루는 산자위원을 맡았던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2기에서 ‘삼성에 지배된 참여정부’ 현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다.

<삼성의 몰락>, <이건희전> 등 삼성에 대한 비판서를 펴낸 심정택 작가는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이나 지난해 방북 때 동행한 것을 보면 최종심을 앞둔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2기 비서진 인사도 여전히 삼성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보여준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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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1월 10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5G 장비 생산 현장을 방문, 기념사진을 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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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노 실장 임명의 근거로 밝힌 ‘산업정책 중시’가 사실상 ‘삼성 중시’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 실장의 최측근 인사는 “예를 들어 노 실장이 주중대사 시절 삼성의 도움을 받았다던가 하는 구체적 팩트가 있다면 모르되, 막연한 심증만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의 2기 청와대 ‘원 팀’ 구상은 오래되었고, 김태우 행정관 사건은 그 구상이 외부에 드러나는 데서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출신의 정부 고위인사는 “노 실장뿐 아니라 우윤근 등 ‘특명전권대사’로 나간 사람들 모두가 한때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사”라며 “김태우 사건은 여러 차기 비서실장 후보 검증과정에서 촉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우 행정관 사건과 관련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특감반의 원래 임무는 민간인 사찰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주변 특수관계 인사에 대한 검증”이라며 “김 행정관 문제는 직분의 범위를 넘어 자신이 벌인 행위를 두고 빚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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