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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이주노동자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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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3년 7개월간 거주한 숙소. 비닐하우스 안에 가건물을 설치해 숙소를 만들었다. / 이주노동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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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7530원. 2018년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일자리 증가율은 2017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소득층이 벌어들이는 돈은 늘어났지만 저소득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저소득층을 위해 올려놓은 최저임금이 오히려 그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악화시키는 요인의 일부가 됐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에서 2018년 16.4%가 올랐을 때 우리 사회는 자영업자와 그들의 종업원 일자리 문제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그들의 담론 밖에도 ‘사람’이 있었다.

일한 것보다 적다고 항의하자 해고 당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50만명이다. 이주노동자를 빼고서는 각종 제조업, 농·축산·어업, 건설업 분야 노동자의 근무실태를 언급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암울한 영역에 머물러 있다. 주당 노동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법으로 정한 휴게시간도 챙길 수 없다. 자신들이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설령 알아도 고용주에게 항의할 수 없다.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단으로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출입국관리소에 붙들려간다. 최악의 경우에는 일한 만큼의 대가도 받지 못하고 강제로 출국당할 수도 있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A씨와 B씨는 지방의 한 농장에서 쌈용채소를 비롯한 농작물을 심고 따는 일을 했다. 2015년부터 3년 7개월 동안 한 곳에서 근무했다. 그들은 지난해 10월 고용주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농장에서 쫓겨났다. 월급이 일한 시간에 비해 적다고 항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달력에 차곡차곡 작성해 온 근무시간 곱하기 7530원을 했을 때 나오는 월급과 고용주가 지급한 돈의 액수 차가 너무 컸다.

고용주는 A와 B가 항의한 날 저녁 해고를 통보했다. 또 이들이 거주하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바로 짐을 싸서 나가도록 했다. 너무 늦었고, 갈 데가 없으니 가더라도 다음날 가겠다는 이들에게 고용주는 “오늘로 (너희) 근로자 끝(고용계약 해지) 했어. 싸인했어. 왜 여기서 자? 마음 안 좋아(기분 나쁘다) 사모님. 가 얼른. 택시 타고 가”라고 했다.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졌다.

지난 3년 7개월간 이들의 생활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과 거리가 멀었다. 숙소는 밭 위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에 세운 가건물이었다(사진 참고). 여기에 이주노동자 8명이 살았다. 태국 출신 불법체류자 4명과 합법적으로 고용된 캄보디아 노동자 4명이었다. 숙박비는 1인당 월 30만원. 비닐하우스 한 채에 8명의 이주노동자가 거주했다. 캄보디아 노동자 4명이 고용주에게 낸 숙박비는 120만원이었다. 나머지 태국 출신 동료들이 숙박비로 얼마를 내는지는 물어보지 않아 알지 못했다. B씨는 “우리는 태국 불법체류자 잘 몰라. 기숙사비 태국 사람은 얼마 몰라. 그 사람들 월급 140만원 받았다”라고 했다. 그들도 동일하게 30만원씩 숙박비를 냈다면 월 240만원짜리 기숙사였다.

그러나 숙소는 냉방도, 난방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찜통더위 속에서도 이들은 선풍기로 버텼다. 선풍기를 틀어도 더운 공기가 몰려와 큰 대야에 찬 물을 담아 선풍기 바람을 쐬는 방식으로 찬바람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채 새벽 6시부터 농장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11시간을 일하고 돌아와서도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쉴 수 없었다. 비닐하우스 내부가 시원할 수 없었다. 겨울은 너무 추웠다. 가건물 바닥에 깔린 열선 덕분에 등을 댄 바닥은 뜨거웠지만 공기가 너무 차가웠다. 단열이 되지 않았다. 숨을 쉬면 얼음장 같은 공기가 코 안으로 들어왔다. 추위 때문에 머리가 아파 모자를 쓰고 수건을 온몸에 두른 채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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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와 자신들이 살았던 숙소 사진을 보고 있다. / 류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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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7개월 동안 1866만원 덜 받아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9월 27일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 요청을 할 수 있는 요건으로 ‘열악한 기숙사 상태’를 추가하는 등의 내용으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 법사위를 거치면서 이 부분은 삭제됐다.

이들이 쫓겨나기 전까지 농장에서 일하고 받지 못한 돈은 1인당 1866만2490원이다. 매일 달력에 출·퇴근시간을 기록한 자료를 근거로 이들이 월별로 근무한 총 시간은 311.5~332.5시간에 달했다. 여름 노동시간은 길고, 겨울로 갈수록 짧아졌다. 2017년 9월 한 달간 332.5시간(약 28일)을 일하고 이들이 손에 쥔 임금은 165만5200원이었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49만6075원이 부족한 액수다. 2018년 753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더 차이가 난다. 매달 50만원 가까운 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취업비자는 2019년 2·3월이면 각각 만료된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등록 상태로 남아 고용주를 상대로 미지급분 임금을 받아낼 것인지, 해고 예고수당 한 달치만이라도 받고 돌아갈지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기나긴 소송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법원 판례는 이주노동자가 소송으로 인해 체류기간이 늘어날 경우, 소송이 끝날 때까지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C씨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의 한 농장에서 채소 재배 일을 하다 7개월 만에 농장을 나왔다. 고용주는 C씨가 일한 시간을 속여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하루 10시간, 휴일도 거의 없이 한 달 28~29일을 일했지만 표준근로계약서 상의 소정 월 노동시간은 208시간으로 적혀 있었다. C씨가 받았어야 할 돈은 월 210만원이었지만 실제 받은 돈은 156만원에 불과했다. 한 달 평균 42만~63만원이 모자랐다. 또 동의하지 않은 수습기간을 임의로 정해 그나마 다 주지 않았다. C씨가 7개월간 받지 못한 임금은 355만6520원이었다. 그러나 농장주는 돈을 주지 않고 해고했다. 그는 “고용센터에 종료신고를 해버렸다. 더 이상 여기서 일하면 불법이다”라며 C씨를 쫓아냈다.

C씨의 농장 고용주는 꾸준히 C씨에게 ‘상계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하게 했다. 계약서에는 ‘갑과 을은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갖고 있는 채권·채무를 입사 시로 소급하여 상계하기로 합의한다’, ‘갑과 을은 제1조의 채권·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이를 상계하는 데 자유의사에 기해 동의한다’, ‘갑과 을은 민사상 제소, 형사상 고소·고발 및 행정상 진정·소송·신청 등 어떠한 청구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보증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매일 2시간씩, 월 56시간씩 일한 임금을 기숙사비 및 식료품비 명목으로 가져간다고 명시했다. 2018년 기준 매월 56시간분의 임금 42만1680원을 고용주가 임의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C씨는 매달 이 계약서에 서명을 해왔다.

백도현 노무법인 노엘 고문은 “노동자의 임금은 전액불(全額拂) 원칙에 따라 회사가 임의상계를 할 수 없다”면서 “이 상계계약서 조항대로라면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올라갈수록 기숙사비도 연동해 올라간다는 말인데 애초에 이런 문건 자체가 효력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C씨는 체불임금을 고용주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까. A씨와 B씨 역시 1800여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지구인의 정류장’의 김이찬 대표는 “어떤 근로감독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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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노동자 지원센터인 ‘지구인의 정류장’ 사무실 한 편에 붙어 있는 최저임금 기준표. / 류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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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증거자료 확보 현실적 어려움

이주노동자가 아무리 매일 달력에 근무시간을 기재하고 출·퇴근 영상, 작업 영상을 촬영해 미지급분 임금청구 신청 증거를 만들어놔도 고용주가 “사후에 조작된 증거다”라고 버티면 달리 받아낼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어떤 감독관은 노동자가 제출한 증거에 대해 사업주가 ‘조작이다’라고 주장하면 ‘조작이라는 증거를 가져와보라’는 식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노동자밖에 고용할 수 없는 농어촌지역이나 열악한 제조업분야의 상황을 고려해 애초에 최저임금을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무리가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주노동자에게까지 최저임금을 모두 보장해주면 ‘값싼’ 인력을 고용하는 이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7월 ‘외국인노동자 수습제’를 공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수습기간을 도입해 수습 1년차에는 최저임금의 80%를, 2년차에는 90%, 3년차에 100%를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이주노동자를 1년간 고용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고 일방적으로 해고해도 ‘외국인노동자 수습제’에 따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엄용수 의원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1명은 지난해 8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국인노동자가 일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가의 부담이 커졌으므로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 농가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월 7일 경기 안산지역에서 소규모 건설업을 하고 있는 최모씨(54)를 만났다. 그 역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이 망하고 있다는 뉴스는 나도 들어서 안다”면서 “그런데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사업체라면 애초에 망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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