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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끝나면 남는 건 ‘국회도서관 열람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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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금태섭의 국회의원이 사는 법

① 연재를 시작하며

국회의원은 왜 맨날 호통부터 칠까

“즐거운 하루 되세요” 허리 숙일 때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보좌진은 왜 9명이나 필요할까

월급은 얼마나 나오고 차는 뭔지

선거 떨어지면 뭐 먹고 사나

생각 다른 의원과 맞장구는 왜 치나

솔직하게 쓰겠다, 욕먹어도 좋다

고칠 것은 고치고 오해는 풀어야

국민과 국회의 거리 좁힐 수 있기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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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서울 강서갑).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대변인을 지냈다. 검사 시절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한겨레>에 연재하다가 ‘윗선’의 반대로 좌절한 경험이 있다. 천직으로 여겼던 검사도 그만둬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할 말은 하고 산다”가 인생의 모토다. 격주 연재.

“이게 형이 임기 끝났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이야. 다른 건 없어.”

국회에 첫 출근 한 날 후배인 보좌관이 해준 말이다. 국회 경험은 나보다 훨씬 윗길인 친구다. 추운 겨울날 버스정류장에서 숫기 없는 내 등을 떠밀어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안녕하세요? 이번에 출마한 금태섭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난생처음 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가 이제 막 초선의원이 되어 잔뜩 부풀어 있는 나에게 이 말과 함께 건네준 것은 ‘국회도서관 평생열람증’이었다.

그래, 조금 억울한 이야기부터 하자. 연금은 없다. 차도 안 준다. 과거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월 100만원이 넘는 연금을 주던 호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진작에 없어졌다. 국민연금밖에 없다. 당선되고 나니까 주변에서는 무슨 차가 나오느냐고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묻던데 타던 차 타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차를 주지는 않는다.(그에 비해서 행정부 공무원들은 차관급부터 관용차를 이용할 수 있다) 전관예우도 없다. ‘전직 의원’이 행세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떨어지면 끝이다. 국회도서관 평생열람증만 남는다. 물론 유권자들의 손으로 직접 뽑혀서 나라를 위해 봉사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슴 벅찬 기억을 간직할 수는 있을 것이다.

왜 쓰려고 하나

국회의원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경멸당한다. 부정부패, 무능, 갑질의 대명사로 꼽힌다. 의원들 스스로의 평가도 비슷한 것 같다. 임기가 끝나기 전이라도 국회의원에 대한 ‘리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국민소환제, 국회의원 파면제 법안을 낸 것은 다름 아닌 국회의원이다. 청와대는, 행정부 차원의 검찰 개혁은 대부분 이루어졌는데(그런가?) 국회에서 입법이 지지부진한다고 하면서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비장하게 호소한다. 세비를 반으로 줄이자는 주장도 있다. 이런 얘기들을 듣다 보면 ‘거참, 국회만 없으면 모든 게 다 잘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국회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없애거나, 혹은 적어도 세비를 안 주고 봉사를 하게 하면 어떨까.

국회 때리기가 유행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잘못이 원인이다. 많이 얻어맞고 고쳤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잘못된 관행이 적지 않다. 더 혼나고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 스스로 뽑은 국민의 대표가 질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의회 제도는 가성비를 따져서 가급적이면 비용을 깎아야 하는 필요악이 아니다. 의회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지금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된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 그중에서도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다.

욕을 먹는 것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힘든 시절에 사람들이 욕을 하고 잠시라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도 나름 보람 있는 일이다. 선배 정치인들은 혼날 때는 무조건 머리를 숙이라고 한다. 정치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정무적 판단’도 비판은 피해 가야지 논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그러나 회피는 해결이 아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생각으로는 조금의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다.

‘국회의원이 사는 법’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하거나 숨기지 말고 솔직히 우리 모습을 보여드리자. 국회의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유 때문에 움직이는지 한번 다 털어놓아 보자.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알리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씀드리자. 고칠 것은 고치고, 오해가 있는 것은 풀자. 그래야 국민들과 국회의 거리를 한걸음이라도 좁힐 수 있다.

먼저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법만 고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풍조다.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나면 우후죽순처럼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나온다. 소년범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법을 고치라는 청원이 줄을 잇는다. 국회의원들이 부지런하게 입법 활동을 하면 불법촬영물도 없앨 수 있고 사법농단도 깔끔히 해결되고 검찰 개혁도 즉각 이루어질 텐데 국회가 제 할 일을 안 해서 고질적인 병폐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에 항상 쉽고 단순한 해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윤창호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음주운전은 줄지 않았다. 철저한 단속, 책임에 합당한 처벌이 함께 따라야 한다. 국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만날 때마다 입법에만 책임을 돌리고 넘어가면 정작 원인을 찾는 일에 소홀해질 위험이 있다.

두번째로 하나의 정파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해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싶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다음 총선에서 300개 의석 중 200석 이상을 차지하면 일사천리로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떤 세력이든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얼핏 비효율적이고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국회에는 되도록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처지를 대변해줄 의원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 사람들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정치 전체,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시스템 자체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분들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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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쓸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우선 당연한 일이지만 국회의원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 2016년 5월30일 20대 국회가 시작되고 2년 반 동안 총 1만5천건이 넘는 법안이 발의됐다. 19대 국회 4년 동안의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좋아졌을까.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 중에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혹은 면피를 하기 위한 것들은 없을까? 있다면 그 비율은 얼마나 될까? 정부를 상대로 질의를 할 때는 왜 꼭 소리를 지르고 호통을 칠까? 의원들끼리 삿대질하면서 막말하고 싸우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나름의 계산이 있는 걸까?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구 활동을 해야 한다. ‘금귀월래’라는 말이 있다. 금요일에 지역구에 내려가 월요일에 상경한다는 뜻의 이 말은 의원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금과옥조로 여겨진다. 국민의 머슴인 국회의원한테 주말이 웬 말이냐! 체육대회, 향우회, 동호회 모임 등등 지역 행사는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 국회의원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구에서 “그분은 큰 정치 하시는 분이라 지역에는 모습이 잘 안 보여”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선거 때는 붙여만 주신다면 4년 내내 지하철역에서 90도 인사라도 하겠다는 심정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초등학생 농구대회에 가서 구청장, 구의회 의장에 이어 국회의원 3명이 연이어 축사를 하는 풍경 속에 빠져 있다 보면, 도대체 이게 국회의원의 임무에 충실한 것인가, 머슴으로서 유권자를 진정 잘 모시는 방식인가 하는 회의가 찾아든다. 새벽에 등산 떠나는 관광버스에 올라타서 “즐거운 하루 되세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아무개입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할 때 국회의원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함께 일하는 보좌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국회 보좌진이 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듣자니 스웨덴이라는 천국 같은 나라에서는 보좌진이 한명도 없다는데 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9명이나 되는 보좌진이 필요한가. 무능해서인가.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도 하는데.)

‘직업’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실상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다. 이것은 특히 정치인을 지망하는 젊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 정치를 시작하게 되는가. 누군가에게는 운명처럼, 누군가에게는 우연한 기회에 정치가 다가온다고 하지만, 선출직에 도전하는 정규 코스는 왜 없을까. 월급(세비)은 진짜 얼마나 되나. 낙선을 하면 어떻게 생활하나. 정치자금과 후원금은 어떻게 걷을까. 가족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되나.

여당 의원으로서의 고민도 담으려고 한다. 질문을 하나 해보자. 대통령과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항상 정부를 방어하는 얘기를 하는 의원과, 소신이 다를 때는 논란을 각오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 중 누가 더 훌륭한 정치인일까. 둘 다 아니다. 정답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의원이다. 국회의원은 평론가가 아니다. 의도가 좋았다거나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여당 의원은 정부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많이 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지켜봤기 때문에 고민이 더하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후회와 자책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면 언제 어떤 경우에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좋을까. 자칫 내부갈등으로 비쳐서 죽도 밥도 안 되는 거 아닐까. 여당 의원을 따라다니는 고민이다.

선거와 여야 관계에 대한 얘기도 필요하다. 주위 분들로부터 “어떻게 ○○○ 의원 같은 사람하고 얼굴 마주 보고 지내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꽤 있다. 생각이 정반대인 다른 당 의원과도 얘기를 나누고 때로는 맞장구도 쳐줘야 하는 이유, 그리고 그게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한번 얘기해보고 싶다. 선거 때 상대 후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 지난 선거 때 상대방 후보와 우연히 마주친 일이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피곤한데 잠깐 휴전하고 같이 놉시다” 하고는 한시간쯤 수다를 떨었다. 선거 때야 누구나 자기가 당선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 법. 나는 나의 당선을 확신하고 있었고, 틀림없이 상대방도 그랬을 것이다. 이기고 있는 사람은 안 싸울수록 유리하다. 각각 자기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와 상대편 후보는 시간 가는 걸 즐기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전장 속에 피어나는 묘한 우정이랄까.

솔직하게 쓰겠다. 욕먹어도 좋다. 그 속에서 나도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사람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미숙한 존재인지 불쑥 깨달음으로써 짧게 폭발하듯 성장한다. 이 시리즈를 쓰면서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미숙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치고 부끄럽지 않은 국회의원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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