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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김정주는 정말 게임에 흥미를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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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정주 NXC 대표.


[아시아경제 조한울 기자] 한국 게임 1세대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을 매물로 내놨다. 이에 사업적 감각이 뛰어난 김 대표가 국내 게임산업이 당분간 더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오래 전부터 게임 사업에 마음이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수년 동안 노르웨이의 유아용품업체 스토케를 인수했으며, 유럽 가상통화거래소 비트스탬프, 이탈리아 유기농 동물사료업체 아그라스 델릭 등 20여 개 회사를 인수했다. 게임과 직접적으로는 관계가 없는 회사들이다. 투자금을 확보하려 넥슨 지분도 팔았다. 김 대표가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대표의 판단처럼 일각에선 현재 국내 게임산업의 혁신동력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시도 힘들어진 게임업계= PC방 통계분석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2일 현재 PC방 점유율 상위 10개 게임 중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5개 게임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게임들이다. 나머지 5개 게임들 중 리그오브레전드도 출시된 지 8년, 오버워치는 3년이 지났으며, 피파온라인4 역시 지난 2006년 출시한 피파온라인의 후속작이다. 배틀그라운드와 로스트아크를 제외하면 새로운 게임이 없다. 흥행게임을 하나 배출하면 10여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셈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새 게임이 흥행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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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지난해 출시한 '야생의 땅: 듀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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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의 새로운 시도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넥슨이 최소 200억여원을 들여 개발한 '야생의 땅: 듀랑고'는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개발력을 인정 받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넷마블도 지난해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언쓰론, 팬텀게이트 등을 내놨지만 역시 흥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기존 게임 후속작을 내는 일이 늘고 있다. 넥슨은 올해 '바람의나라: 연',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마비노기 모바일', '테일즈위버M' 등 PC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한 신작 4종을 내놓겠다고 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도 올해 '세븐나이츠2', '리니지2M' 등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들을 출시한다.

◆중국 공습에 중소 게임사 '휘청'= 김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 등을 인수해 넥슨을 성장시켰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강소 게임업체가 줄어든 상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상장사 상위 20개의 합산 매출 중 상위 3개 게임사의 매출 비중은 2013년 55.8%에서 2017년 71.4%로 늘어났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 게임은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ㆍ애플 앱스토어 매출순위 100위권 안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2017년 국내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중국 게임 수는 2016년보다 19% 증가한 136개였으며, 앱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20위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의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4% 증가한 1965억원에 달했다. 국내 중소 게임사들은 설자리가 더 줄었다.

국내 게임산업 최대 인수주체였던 넥슨마저 매물로 나와 M&A 동력은 꺼져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게임기업인 넥슨이 매각되고 나면 중소 게임사들은 투자처 등 활로를 찾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한울 기자 hanul0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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