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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요즘 삼시세끼 밥 먹는 사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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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인의 주식=밥'이란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1인 가구 증가와 서구화된 식습관이 맞물려 자연스레 쌀 소비량이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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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송지연(35)씨는 4년째 밥 대신 빵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빵을 먹으면 밥 먹었을 때와 달리 더부룩하지 않은 느낌이고, 곁들여 과일을 비롯한 샐러드도 먹을 수 있어 건강식이란 생각도 든다. 빵은 빨리 먹을 수 있어 빠듯한 출근시간을 맞추기에도 좋다.

#. 대학생 김정현(23)양은 하루에 한끼만 밥을 먹는다. 두세끼를 연달아 밥으로 먹었더니 부대낌과 동시에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다. 아침은 빵, 점심은 밥, 저녁은 샐러드나 고기 등으로 해결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한국인의 주식=밥'이란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1인 가구 증가와 서구화된 식습관이 맞물려 자연스레 쌀 소비량이 줄었다. 반찬이 필요한 한식을 대신해 간단한 메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해 쌀 이외의 음식 소비가 증가했다.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일도 줄고 있다.

실제 '2017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1.8kg로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985년 쌀 소비량 128.1kg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건강을 위해서 쌀 섭취를 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저탄고지(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높게)는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식단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비만의 주범', '건강의 적'이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 탄수화물이 밥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이어트 할 때는 당으로 합성되는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인다. 밥 대신 닭가슴살과 달걀 등의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먹는 이유다. 하지만 쌀에는 탄수화물 외에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포함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식이성 섬유소, 마그네슘 등의 영양분이 함유돼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지 않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평균 7%의 체중을 감소시키지만 탈모, 구강건조, 변비 등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 MIT 뇌과학 연구팀은 지나치게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할 시 우울증이 생길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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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류 시장은 2016년 생산액 기준 7091억원으로 2012년 6271억원보다 13.1%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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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먹을 게 많아진 것도 쌀밥에 대한 관심이 식은 또 다른 이유다. 면류나 고기류 등 다른 식품들의 소비가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면류 시장(국수, 냉면, 당면, 파스타류, 기타면류)에 대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라면을 제외한 국내 면류 시장은 2016년 생산액 기준 7091억원으로 2012년 6271억원보다 13.1% 증가했다. 2016년 생산액 기준 면류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은 국수(69.0%)였다.

밥 대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 소비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글루텐 프리, 비건 빵 등이 등장하면서 소바자들이 건강하게 빵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미래형 대안식품도 각광받고 있다. 파우더에 압축한 영양소를 물에 희석시켜 음료형태로 마시는 식이다. 한 끼 분량으로 평균 400~500㎉의 열량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백색가루 열풍을 일으킨 '소일렌트'를 시작으로 파우더형 대체식은 한국에서 간편 식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쌀 재고량은 계속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잉상태인 정부 쌀 재고를 감축하기 위해 2016년부터 오래된 쌀(고미)를 사료용으로 공급해왔다. 3년간 사료용으로 공급된 쌀은101만톤에 달하며, 이는 우리 국민 전체가 4개월가량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정부양곡 재고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190만 톤과 134만 톤에 이르고 있으며, 쌀소득보전직불금은 2010년 1조 2,601억원에서 2016년 1조 5,433억원으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향후에도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공용 쌀 소비를 촉진시켜 정부의 쌀 관련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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