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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의 풀꽃나무이야기] 겨울에는 껍질로 나무를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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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나무가 잘 보이는 계절입니다. 봐도 잘 모르겠다 하는 분들께는 잘 보이지 않는 게 나무겠지만, 수많은 통로가 난 것처럼 훤해진 겨울 숲에서는 나무껍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기에 보려고 하면 보입니다.

각 나무가 보여주는 껍질의 특징과 잎자국의 차이점, 그리고 겨울눈의 형태를 익혀두면 초록 일색인 여름 숲에서보다 나무가 훨씬 더 잘 구별됩니다. 한두 번 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반복학습이 필요한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먼 길 가는 나그네처럼 서두를 일 하나 없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그럼 어디 한번 읊어봐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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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더 멋있는 자태를 드러내는 덕유산의 중봉.



오늘은 껍질의 특징으로 우리 주변의 나무를 쉽게 찾는 법을 읊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느티나무에게 눈길을 줘 볼까요. 느티나무는 어렸을 때와 나이 들었을 때의 껍질이 다릅니다. 어렸을 적에는 매끈한 편이고 가로로 된 껍질눈이 듬성듬성 있습니다.

껍질눈? 어려운 말 같지만 한자어로 피목(皮目)이라고 하는 더 어려운 용어를 순우리말로 풀어 쓴 것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쓰자구요. 껍질눈은 나무의 껍질에 생기는 공기의 통로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눈처럼 볼록 튀어나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껍질에 생기는 눈인 것입니다.

나무가 나이가 들면 대개 껍질눈이 점점 많아지거나 길어져 서로 합쳐지면서 표피를 파괴하므로 껍질이 너덜너덜해집니다. 느티나무도 그러해서 큰 나무일수록 너덜너덜한 껍질을 보입니다. 나무의 껍질은 그렇게 어릴 적에는 매끈하다가 큰 나무가 되면 거칠어지고 깊게 파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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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느티나무의 껍질에는 껍질눈이 생긴다(왼쪽사진). 성목이 된 느티나무의 껍질은 너덜너덜하다(오른쪽 사진).



은사시나무는 은빛 껍질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껍질눈이 발달합니다. 은사시나무 외에 흰색의 껍질을 갖는 나무로는 자작나무가 대표적입니다. 자작나무는 워낙 많이 알려진 나무입니다. 하지만 글 쓰는 필자들에 의해 잘못 알려지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어떤 필자는 ‘남한의 자작나무 최대 서식지(?)가 강원도’라고 하면서 인제군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을 예로 듭니다. 게다가 ‘흰머리를 뜻하는 백두산의 이름이 어쩌면 자작나무 숲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추측입니다. 남한에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한 그루도 없고 모두 인위적으로 심은 것입니다. 백두산 언저리에서 자라고 있기는 하지만 백두산 이름의 유래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천지 주변의 높은 고도에까지 자작나무가 올라가서 자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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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시나무의 껍질눈은 다이아몬드 모양이다(왼쪽사진). 자작나무의 껍질은 흰색이다(오른쪽 사진).



자작나무의 자생지가 남한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는 어떤 필자 역시 ‘백두산을 오르다 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자작나무’라고 하면서 ‘눈부시게 하얀 수피로 은세계를 만드는 모습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작나무일 수는 없습니다.

자작나무는 해발고도가 2,750m인 백두산에서도 1,600m 이하 지역에서나 자랄 뿐입니다. 그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간 모진 추위와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목이 자랄 수 있는 한계 지점인 수목한계선(timber line, 백두산에서는 약 2,000m 정도로 본다)부터는 초원지대가 펼쳐지면서 키가 큰 교목은 더 이상 자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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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높지 않은 곳의 자작나무 숲



그 마지막 한계 지점에서 자라는 교목은 사스래나무가 유일합니다. 자작나무는 근처에도 오지 못한 채 1,600m 정도 고도에서 추위에 떨며 서성입니다. 껍질이 자작나무처럼 흰색이다 보니 줄지어 늘어선 사스래나무 군락을 멀리서 보고는 자작나무로 오인하게 되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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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사스래나무 군락



껍질이 비늘처럼 벗겨지면서 점점 흰색을 드러내는 나무로 백송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흰빛은 상서로운 색으로 여겼기에 흰빛이 강한 백송일수록 높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마치 신분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실제로 조선 시대에는 백송의 자생지인 중국 북경에 사신으로 드나들 수 있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나 백송을 심을 수 있었기에 높은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겼습니다. 요즘은 흰 백송보다 검은 고급 승용차가 신분을 나타내주는 시대가 됐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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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의 나무껍질(왼쪽사진)과 양버즘나무의 나무껍질(오른쪽 사진).



70~80년대에 들여와 가로수로 심기 시작한 양버즘나무의 경우에도 버짐이 핀 것처럼 얼룩덜룩한 껍질이 점점 허옇게 벗겨집니다. 참고로, 버즘나무라고 하는 나무는 국내에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 양버즘나무를 가리켜 단순하게 버즘나무라고 불러버리는 것입니다.

얼룩덜룩한 무늬로 따지자면 모과나무가 독보적입니다. 단순한 얼룩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무에 따라 굉장히 특이한 색감을 띠기도 합니다.

암만 멋진 모과나무라 해도 노각나무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녹각(鹿角)나무에서 변한 이름대로 노각나무는 사슴의 뿔을 닮은 듯한 무늬가 비단결처럼 아름답습니다. 경북 영주시 소백산 이남에서만 자라므로 중부 지방의 산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공원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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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의 특이한 모양의 나무껍질(왼쪽 사진)과 노각나무의 나무껍질(오른쪽 사진).



두껍게 코르크가 발달하는 나무도 있습니다. 개살구나무, 굴참나무, 황벽나무, 등칡이 대표적입니다. 굴참나무는 코르크가 깊이 파여 골이 진다 해서 골참나무라 하던 것이 변한 이름입니다.

그 정도로 코르크가 두꺼워 유사종인 상수리나무와 구분하는 포인트가 됩니다. 그 코르크를 벗겨 지붕에 얹으면 굴피집이 됩니다.

굴참나무보다 더 부드럽고 쿠션 좋은 코르크가 발달하는 나무가 황벽나무 입니다. 그래서 황벽나무는 손으로 눌러보고 주먹으로 툭툭 쳐보고 머리를 꾹꾹 박아보면서 확인하게 되는 나무입니다.

속껍질이 노란색인 점이 특징이어서 무리하게 벗겨보는 이도 있습니다. 나무에게는 아무래도 해가 되는 일일테니 그보다는 헤딩 감별법을 쓰도록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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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참나무의 껍질에는 두꺼운 코르크가 생긴다(왼쪽 사진). 황벽나무의 껍질에는 푹신한 코르크가 생긴다(오른쪽 사진)



큰 나무가 되어서도 매끄러운 피부를 유지하는 나무도 있습니다. 여배우 장미희처럼! 이 정도 힌트면 사람주나무와 배롱나무가 나와야 합니다. 홍릉수목원 활엽수원의 사람주나무만큼 신비로운 모양과 피부를 보여주는 나무도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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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주나무의 매끄러운 껍질(홍릉수목원)



배롱나무는 노각나무와 비슷하지만 원숭이도 미끄러진다는 별명처럼 매끈한 피부를 자랑합니다. 마치 사람의 살결 같아서 이런 겨울에 나목(裸木)으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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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의 알몸 같은 껍질(전북 내장산).



이 정도까지만 알아도 나무에 관한 한 나그네 수준은 벗어났다고 하겠습니다.

이밖에 매우 특징적인 껍질을 가진 나무로 비술나무, 박달나무, 물박달나무가 있습니다. 고궁에 많은 비술나무는 수액이 흐른 자국이 허옇게 말라붙은 점이 특징입니다.

깊은 산에서 자라는 박달나무는 껍질눈이 많고 흑회색 껍질이 두껍게 벗겨지는 점이 특징입니다. 물박달나무는 회색 또는 회갈색이고 물에 젖은 종이책처럼 얇고 불규칙하게 여러 겹으로 벗겨집니다.

이 정도까지 안다면 아마 중급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외에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를 구별하고, 음나무와 두릅나무를 구별함은 물론이며, 까치박달과 다릅나무까지 구별할 줄 안다면 고수에 가까울 것입니다.

문제 하나 내 보겠습니다. 특징적이기는 하지만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아래의 두 나무(XX나무, OO나무)를 껍질 사진만 보고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아는 분이 있다면 고수 중의 고수, 즉 최고수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힌트 없이 한번 맞혀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사진2와 사진3은 같은 나무입니다. 정답은 다음 번 글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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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1> XX나무 : 짙은 흑갈색이고 세로로 길게 갈라진다.
<사진2>OO나무 : 어릴 적에는 갈라짐이 거의 없다.
<사진3>OO나무 : 큰 나무가 되면 세로로 잘게 갈라진다.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freebowl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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