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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기관 국민 실망 한 건도 없었다" 대통령의 虛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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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신년 회견에서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같은 권력기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권력의 충견(忠犬)이 돼 정치 보복에 앞장서는 일이 반복돼 왔다. 문재인 정권은 보복을 가장 심하게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기무사 계엄문건' 특별 수사 지시로 검찰과 군검찰이 동시에 나섰다. 석 달 넘게 90여곳을 압수 수색하고 200여명을 소환조사하는 대난리를 피웠지만 '쿠데타 모의'는 나오지 않았다. 엉뚱하게 허위 공문서로 걸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 발로 나온 예비역 중장 팔목에 수갑을 채우고 모멸감을 줘 목숨을 끊게 했다. '방산 적폐'로 몰린 업체 수사에선 방산 비리가 나오지 않자 분식 회계로 걸었다. 이 수사 과정에서도 업체 임원이 자살했다. 이런 수사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이들 말고도 두 사람이나 더 있다. 문 대통령이 감찰 지시를 내린 검사장은 공직에서 쫓겨나고 그 여파로 모친상(喪)까지 당했지만 결국 무죄에 복직 판결을 받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고도 대통령도 검찰도 유감 표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애초의 혐의와 아무 상관 없는 별건 표적 수사로 육군 대장 등 여러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전 정부 안보실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도 6개 혐의로 인간 사냥을 당하고 있다. 이렇게 인권을 짓밟으면서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지방선거 직전 야당 소속 울산시장 측근을 수사하던 경찰은 수사 개시 직전 여당 유력 후보를 만났다. 시장이 야당 공천을 받은 바로 그날 시청 압수 수색을 벌였다. 결국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창원시장 야당 후보도 공천받은 그날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공개됐다.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결정된 그날 경찰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흘렸다. 권력의 더러운 행태다. 그런데도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전 정권 수사는 이처럼 집요하고 가혹하게 하면서 자기편에는 법이 없다시피 한다. 뇌물성 출장 의혹을 받은 전직 금감원장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각각 8개월, 4개월이 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드루킹' 수사 때 김경수 경남지사가 '홍보해 달라'며 드루킹과 기사 URL(인터넷 주소)을 주고받은 걸 파악하고서도 5개월 가까이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았다. 대놓고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수사 책임자는 김 지사의 변호인처럼 굴었다. 애초에 검찰은 이 사건을 기소도 하지 않았다.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는 걸핏하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이고 불법적인 휴대폰 압수와 포렌식 조사를 하고 있다. 과거 정권 때보다 더 심하다고 공무원들이 증언하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이 문제들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허위 사실을 너무도 태연하게 국민 앞에서 말한다.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