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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감하는 수출·글로벌 감원 한파, 그래도 위기 아니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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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글로벌 기업들에 감원 한파가 불고 있다. 관세청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이 127억달러로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3% 늘었지만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7.5%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12월 8.3% 감소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1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2%나 줄어들었다. 이달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는데 고용·투자가 부진한 와중에 수출마저 위축된다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면서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잇달아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수출 둔화는 이미 예고된 일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어두워진 경기 전망에 맞춰 민첩하게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제너럴모터스가 작년 11월 전 세계 공장 7곳 폐쇄와 1만4000명의 인력 정리를 발표한 데 이어 포드와 재규어랜드로버도 곧 영국과 유럽에서 수천 명 감원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이 글로벌 인력 3%에 해당하는 500명을 줄이기로 했고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이 연이어 감원을 발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국내 은행·증권·신용카드회사도 명예·희망퇴직이나 감원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이달 초 중국 수요 감소 때문에 영업실적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발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차이나 쇼크'를 불러오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여권 인사는 경제 위기론을 제기하는 것은 "기득권층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지 모르는 정책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를 정부와 여당이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그 상황에 맞는 대책도 내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고용 참사를 불러온 경제정책들을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의지를 밝혔다. 경제 현장의 고통과 쓴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게끔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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