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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K] 600년 사찰 ‘시멘트 땜질’ 보수…‘복원 기준’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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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허술한 우리 문화재 복원 실태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600년 역사를 가진 전통 사찰을 보수하면서 곳곳에 시멘트를 사용한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철학 없이 일제 방식을 답습한 문화재 복원 기준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혁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태조 이성계가 조성한 왕실 사찰, 흥천사입니다.

보수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한 켠엔 시멘트 포대가 쌓여있고 시멘트를 섞은 반죽도 보입니다.

조선 후기 건축물인 대방 건물을 보수하면서 곳곳에 시멘트를 쓴 겁니다.

[시공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초창기 당시에는 십중팔구는 외엮기에 한식 벽체로 돼 있었겠죠. 그런데 중간에 이렇게 계속 변화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최후의 저희가 해체할 당시에는 이렇게 변형이 있었습니다."]

복원 기준을 최초 건립 시기가 아닌 자료가 남아있는 1960년대로 잡았다는 것입니다.

일제 시대 등을 거치면서 시멘트를 써 땜질식으로 보수한 사찰을 복원 원형으로 정했습니다.

근대 건축물로 등록돼 있어 시멘트를 써도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겁니다.

[시공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전통 재료에 대한 고민이 더 있으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나름대로 미흡할 수도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저희가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공사에는 국가 예산 4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성북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직접적으로 공사 계약한 게 아니다 보니까 (현장에) 많이 나갈 수는 없어서..."]

전국적으로 상당수 문화재 복원에 시멘트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통 건축 기능인/음성변조 : "지금 전부 다 일반적이라고 봐야 해요. 전부 다. (이유는) 물어보면 하나같아요. 경비 절감, 공사 기간 단축. 그거 때문에."]

복원 기준에 해당하는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 자체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공 편의를 위해 담장 기와와 돌벽, 줄눈 등 7개 품목에 시멘트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쓰는 것이 금지된 벽이나 바닥 등에도 거리낌 없이 시멘트를 사용하게 됩니다.

[문화재청 관계자/음성변조 : "모든 전통 기법을 다, 원형부터 해서 다 밝혀진 것도 아니에요. (전통 재료의) 한계를 보완을 시키려면 현대적인 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유도 있고..."]

이 밖에도 시방서에는 일제의 건축 방식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철근에 해당하는 외의 재료로 규정된 대나무도 대표적인 일본식 재료입니다.

[김왕직/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 "일본에서는 (대나무를) 삼백 년 전부터 썼어요. 그 이전에는 안 썼어요. 일본도 사실은 삼백 년을 썼기 때문에 전통일까 아닐까 논란은 있지만 한국은 근래에 썼어요. 전통방식이 아닌 거예요."]

석회를 섞는 벽체 마감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권영/동명대 건축학부 교수 : "조선시대 어떤 기록에도 (석회를) 발랐다는 기록이 나오지 않아요. (시방서의) 미장 공법들은 그 당시의 공법들이 아니고 일제강점기를 통해서 변형된 공법과 기술이란 말이죠. 재료란 말이죠."]

문화 선진국들은 원형 고증을 위해 문화재 하나를 오랜 세월에 거쳐 복원합니다.

겉치장과 속도에만 집착하는 낮은 문화 의식이 우리 문화재에 깃든 선조들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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