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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직 대법원장의 검찰출석을 보는 참담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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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앞으로 두고두고 사법부의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에 있다. 그의 범죄 혐의만도 40가지가 넘는다. 당장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만 해도 사실로 확정될 경우 국민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기억될 사안이다. 검찰은 그가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관계자와 여러 번 만나고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하는 등 재판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편견과 선입관을 배제하고 사법농단 사건을 봐달라는 얘기를 세 차례나 반복했다. 재판 개입과 부당한 인사 불이익 등이 없었다는 지난해 6월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도 속으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사법부가 그동안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것과 매우 비슷하다. 사법부는 검찰 수사를 자초했으면서도 수사에 협조는커녕 드러난 사실도 은폐하는 등 수사에 훼방을 놓는 자세로 일관했다. 사법농단 사건의 진상은 앞으로 검찰의 추가 수사와 공소 제기, 재판을 통해 규명될 것이다. 사법부는 이제라도 국민이 원하는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부가 그동안 내놓은 개혁방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사법부가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검찰은 적폐청산의 일환인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조속히 매듭지어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3분의1이 지나도록 적폐 청산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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