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9981100 0362019011149981100 05 0506001 6.0.13-RELEASE 36 한국일보 0

FIFA 랭킹이 무색한 ‘이변의 아시안컵’

글자크기
한국일보

요르단 선수들이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알 아인에서 열린 아시안컵 B조 2차전에서 시리아를 2-0으로이기고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출전국들의 전력이 전체적으로 평준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 아인=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별리그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를 치르고 있는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의 초반 화두는 ‘이변’이다.

아시아 축구의 대표적인 ‘3강’으로 꼽히는 한국, 호주, 일본은 1차전에서 약속이나 한 듯 고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 한국은 필리핀(116위)을 1-0으로 간신히 이겼고 일본(50위)도 투르크메니스탄(127위)에 3–2 진땀승을 거뒀다. 호주(41위)는 요르단(109위)에 0-1로 덜미를 잡혔다. 이란(29위)과 사우디아라비아(69위)만 예멘(135위)과 북한(109위)을 각각 5-0, 4-0으로 눌러 체면을 지켰다.

요르단은 11일 2차전에서 시리아(74위)마저 2-0으로 이겨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기에 16강 진출을 결정했다. B조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한 것이다.

강호들의 고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아시아 무대의 평준화를 의미하는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원래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우승 후보들이 조별리그에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약팀들은 첫 경기부터 사력을 다하는 반면 강팀들은 8강 이후 4강, 결승을 내다보고 페이스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도 조별리그에선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하다가 토너먼트부터 저력을 발휘하며 결국 정상에 올랐다. 또 한국이나 일본, 호주에는 유럽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은 탓에 대회 초반 컨디션을 고르게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와 이란, 사우디로 대표되는 중동 틈바구니에서 힘을 못 쓰던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팀들의 기량이 향상된 건 분명하다.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하고 이중 국적, 귀화 선수들을 적극 기용한 점 등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맨체스터 시티 등 유명 팀을 이끈 스웨덴 출신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70)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필리핀에는 유럽 출신 이중 국적 선수들이 즐비하다. 시리아와 0-0으로 비겨 아시안컵 사상 첫 승점 획득이라는 쾌거를 쓴 팔레스타인(99위)도 스웨덴이나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유럽, 남미에서 넘어온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베트남(100위)은 10여 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육성한 선수들의 성장과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베트남은 첫 경기에서 2007년 우승 팀 이라크(88위)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종료직전 결승골을 내줘 2-3으로 아깝게 졌다.

아시안컵은 지난 대회까지 16개국이 출전했지만 AFC는 더 많은 나라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이번 대회부터 참가국을 24팀으로 늘렸다. 경기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약팀들의 선전으로 오히려 흥미로워 지고 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4~5골 차가 나는 경기의 빈도가 많이 줄었다. 참가팀들의 전력이 엇비슷해져 이제 아시안컵에서는 어떤 경기도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