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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핀셋]신약 기술수출②잇단 '잭팟' 그리고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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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이어 중소 제약·바이오사도 기술수출 '성과' 한미·코오롱 등 계약파기 사례도…과도한 기대 금물 [비즈니스워치] 권미란 기자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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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기술수출 이야기입니다. 국내 제약산업의 최대 목표는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연구개발 도중에 기술수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속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편집자]

신약 기술수출하면 바로 한미약품이 떠오르는데요.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6건, 무려 9조원에 이르는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의 선구자이기도 한데요. 지난 1989년 국내 최초로 스위스 제약사인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의 개량 제조방법을 수출하면서 기술수출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를 발판 삼아 LG화학과 유한양행, CJ헬스케어, 종근당, 동아제약(현 동아에스티) 등 다른 제약사들도 물질특허와 개발, 판권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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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산업연구개발백서와 보건복지부 자료, 기업 공시자료 등을 통해 집계해보니 1989년부터 현재까지 신약 기술수출 계약 체결 건수는 총 219건에 달하는데요. 연도별로는 1989년부터 2014년까지 164건, 2015년 26건, 2016년과 2017년에 각 8건, 2018년에 11건의 기술수출이 이뤄졌습니다.

기술수출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한미약품이 종횡무진 활약하던 2015년인데요. 국내에서 신약 기술수출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도 이 무렵부터라고 할 수 있죠. 이전까진 물질특허나 제조방법, 판권 등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수준이어서 계약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요. 이때부터 기술수출의 내용과 규모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제약·바이오 기업별 신약 기술수출 건수는 LG화학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에스티(20건)와 대웅제약(18건), 한미약품(16건), 유한양행(11건), 일양약품(11건)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대형 제약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활약도 눈에 띄는데요. 보령제약과 부광약품, JW제약 등 중소·중견사들도 점차 신약 기술수출에 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과거 신약 기술수출은 대형 제약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젠 전체 제약·바이오 업계로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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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가장 주목받은 신약 기술수출을 꼽자면 단연코 한미약품이겠죠?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1월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약효 지속성을 늘려주는 핵심기술인 '랩스커버리'와 이 기술을 적용한 당뇨 신약 후보물질인 '퀀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그해 잇달아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린 건데요. 이 사례를 계기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국내 제약사들에 글로벌 신약 개발의 관문처럼 자리 잡게 됐죠.

하지만 한미약품에 대한 기대는 다음 해인 2016년 바닥까지 떨어지고 마는데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계약이 파기된 겁니다. 그 전해 잇단 '잭팟'으로 워낙 유명세를 치른 데다 이 사실을 고의적으로 늑장공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뭇매를 맞았습니다.

기술수출에 대한 오해도 여기에 한몫했는데요. 기술수출은 일단 계약금만 받고 나머진 개발 단계별로 성공 보수 형식으로 대금을 받게 되는데 일부 투자자들이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했던 탓에 계약 파기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컸던 겁니다. 그 무렵 한미약품의 주가도 급락하면서 1년 사이 약 1조 60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역시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일본 제약기업 미츠비시타나베에 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가 지난 2017년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죠.

다행스러운 건 지난해 먼디파마와 약 67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입니다. 이 계약으로 먼디파마는 일본에서 인보사에 대한 연구개발과 특허, 상업화 등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됐고 인보사의 일본 진출도 다시 문이 열렸습니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신약 기술수출 계약 파기는 이 두 건이 대표적이고, 대부분은 연구가 장기적으로 계속 진행 중인데요. 비록 일부는 실패의 아픔을 겪었지만 전체 제약산업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기술수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과 거품을 걷어 냈다는 겁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기술수출 실패를 통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 계기”였다며 "앞으로도 기술수출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들이 나올 수 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은 장기 싸움인 만큼 순간적인 이슈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핀셋] 다음 편에서는 기술수출 외에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다른 전략들은 어떤 게 있을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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