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전직 사무관의 유튜브 동영상 폭로
누구나 동영상 올려 문제 제기 가능
홍준표 전 대표 홍카콜가 인기 끌자
유시민 이사장 알릴레오로 맞대응
공중파TV 편파방송에 실망한 보수
유튜브에서 하고 싶은 주장 쏟아내
백화제방·백가쟁명 유튜브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쌍방향 소통확산" 불구
과도한 편식과 여론 쏠림현상 우려
정치 희화화, 대의정치 무시될수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내가 기획재정부를 나온 이유』라는 제목의 폭로 동영상을 유튜브에 두 차례 올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튜브 1인 방송' 시대를 절감하게 했다.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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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위력을 일찌감치 감지한 유력 정치인들이 요즘 여의도가 아닌 유튜브 방송에 하나씩 뛰어들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를 개국해 선풍적 반응을 얻었다. 유튜브 여론 시장은 이미 '고성국TV' '조갑제TV' 등 보수우파가 선점해왔다. 이에 위기를 느낀 듯 진보좌파가 뒤늦게 도전장을 냈다. 가장 최근 진보좌파 진영에서 대항마로 나선 사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보수우파의) 혹세무민 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리하겠다"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이 발언 이후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1월 2일 보도)에서 유 이사장은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2위로 급부상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5일부터 유튜브에 올린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장면. [연합뉴스] |
-보수우파가 장악한 유튜브 시장을 본격 정복하기 위해 나섰다고 보면 되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TV홍카콜라 제작 사무실에서 유튜브 방송 동기를 말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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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홍보처장밖에 안 된다. 그의 유튜브 방송은 좌파 정부의 반상회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정권 호위 방송을 해야 할 텐데 시청자가 계속 보겠나. (정권을 비판하는 야당의 '공격수'가 주도하는) 정치판에서 '수비수'는 절대로 뜰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문제를 유 이사장이 주워 담겠다는데 그는 문재인의 괴벨스(히틀러의 선전장관) 같다. "
홍 전 대표가 혹평했지만 유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은 일단 출발이 쾌조를 보였다. 알릴레오 구독자는 7일 기준 50만명(기존 노무현재단 9만명 포함)을 넘어 홍카콜라(22만명)를 크게 앞질렀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팟캐스트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던데 우리말도 모르는 아랍권에서 조회가 많다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기자에게 자신을 '1인 미디어 유튜브 방송사 회장'이라고 소개한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을 겨냥해 "조선중앙TV 같은 좌파 유튜브는 한 달 내로 소재가 고갈될 거다. 조회 수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내가 만든 유튜브 방송의 평균 조회 수가 35만이라서 KBS(37만)·MBC(18만)를 이미 넘어섰다. 누적 조회 수는 816만을 넘었다. 수천억 들인 공중파 방송들이 문재인 정부를 홍보하지만, 전파력은 나의 1인 유튜브 방송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자신을 유튜브 1인 미디어인 TV홍카콜라 회장이라고 소개했다. 장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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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사 방송인 '고성국TV'를 진행하는 방송인 고성국씨는 "공중파는 좌파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튜브가 쌍방향 소통을 구현한 진정한 민주주의 매체"라고 평가했다. 장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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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KBS는 물론이고 심지어 TV조선에도 자유 우파의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온다"면서 "유튜브 방송은 쌍방향 소통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가장 민주적인 매체"라고 평가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도전장에 대해 "좌파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중파 방송을 장악하면서 '문화 권력'이 됐지만, 우파는 밀리고 밀려 이제 유튜브밖에 발언할 공간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기존 방송 매체들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실망한 시청자들이 유튜브 방송을 대체재로 선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우파 유튜버 중에는 풀뿌리 소신파들도 적지 않다. 유튜브 방송 '서초동 법원 이야기'를 제작하는 염순태(59)씨가 그런 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법원 앞마당에서 만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농단 재판 소식을 집중적으로 전하는 특화된 유튜버다. 그는 "구독자가 비록 4300명뿐이지만 주 5~6회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누군가 내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 ID가 있다면 누구나 스마트폰에 유튜브 플랫폼 앱(카메라 파이 라이브)을 다운받아서 새로운 소식을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전 세계로 자신의 주장을 발신할 수 있다"며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기존 언론이 방송하지 않는 탄핵 관련 재판을 특화해 보도해온 '서초동 법원 이야기'의 유튜버 염순태(59)씨는 "수천명의 시청자에게라도 숨겨진 진실을 전할 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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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유튜버 박막례(73) 할머니는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 화제가 됐다. [사진 박막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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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은 2013년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제휴해 마케팅과 저작권 관리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CJ ENM 다이아TV 오진세 국장은 유튜브 현상에 대해 "과거에는 영상의 제작 영역과 유통 영역이 명확히 분리됐는데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 덕분에 보는 사람이 만들 수도 있고 만든 사람이 볼 수도 있게 됐다"며 "방송 제작의 기득권 영역이 무너지고 진정한 백화제방(百花齊放)·백가쟁명(百家爭鳴)이 가능한 쌍방향 소통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터넷 카페는 글발이 되는 블로거들의 매체인 데 비해 유튜브는 눈으로 보는 영상이라 식자층이 아니라도 거부감이 없어 사용자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혔다"고 진단했다.
뷰티 유튜버 씬님(박수혜)은 "뷰티 유튜버라는 직업을 내가 만들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사진 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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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장세정의 사사건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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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인턴기자가 이 기사의 디지털 영상 편집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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