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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양낙규의 Defence Club]김정은 언급한 ‘연합훈련 축소’ 뜻대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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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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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연합군사훈련, 전략자산 반입은 안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중계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의 주동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노력에 의하여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평화에로 향한 기류"가 형성됐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반입을 언급한 것은 올해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이다. 한미가 내년에 열릴 연합훈련의 규모는 축소하기로 했다. 매년 4월 대규모로 실시하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은 규모를 축소해 연중 실시하는 것으로 바뀌고, 연합지휘소연습은 종전대로 전ㆍ후반기 각 1회씩 시행된다.

국방부는 내년 한미연합 지휘소연습은 전ㆍ후반기 각 1회씩 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3월 키리졸브(KR) 연습과 8월 프리덤가디언(FG) 훈련이 지휘소연습으로 시행돼왔는데 내년에는 이름이 바뀔 수 있다. 지휘소연습(CPX)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워 게임'을 말한다. 매년 4월 대규모로 시행했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은 참가 병력과 장비 규모를조정해 연중 실시하는 쪽으로 미군과 협의 중이다.

이는 사실상 4월 독수리(FE)연습의 명칭 뿐 아니라 그런 대규모 기동훈련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훈련 규모가 축소되어 대대급 정도의 야외기동훈련 연중 실시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독수리훈련 폐지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군 단독의 태극연습은 내년 5월 정부연습과 통합해 시행된다. 매년 8월 을지연습이 시행됐으나 그 기간 재해ㆍ재난 상황이 발생해 연습이 중단됐던 사례를 고려해 5월로 시기를 정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미는 현재 한미연합 3대훈련의 명칭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매년 3월에 실시하는 키리졸브(KR) 연습, 4월에 실시하는 독수리(FE)훈련, 8월경에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적용 대상이다.

한미는 당초 KR 연습을 '19-1 태극연습'으로, UFG 연습을 '19-2 태극연습'으로 바꿀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한미군 일각에서 미측의 전략자산이 투입되는데 훈련의 명칭을 한글로만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해왔다. 이에 따라 한미는 KR 연습을 '19-1연습'으로, UFG 연습을 '19-2연습'으로 최종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남북관계와 북ㆍ미관계 진척 등 안보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연합훈련을 '로키'(low-keyㆍ절제된 대응)기조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명칭변경도 그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미군측이 한미연합훈련보다 미ㆍ일연합훈련에 더 집중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미훈련을 대폭 축소하되 연합전투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일본과의 연합훈련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훈련도 대폭 줄어든다. 미국이 독수리훈련 축소를 검토하는 만큼 B-1B 전략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핵잠수함 등의 전략무기가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 해군과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도 실시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독수리훈련은 통상 매년 3~4월에 열린다. 지난해 에는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8일) 기간을 고려해 지난 4월 한 달간 진행됐다. 앞서 한미 양국은 올해 들어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ㆍ케이맵), 그리고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하지 않음으로써 모두 4개의 한미 연합훈련이 중지됐거나 연기된 바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앞으로 한미대규모 연합훈련뿐만 아니라 연합훈련 일환으로 추진됐거나 각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합훈련도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크리스 로건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도 "양국 국방장관은 모든 대규모 연합훈련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를 이어가는 동시에 군 지휘관들의 의견을 토대로 조율된 결정을 하기로 했다"며 "규모와 범위를 포함해 향후 훈련의 다각적인 면을 계속 들여다볼 것"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해군은 항모강습단이나 핵잠수함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계기로 매년 2회 이상 대규모 한미연합 해상훈련을 해왔지만 이마저도 취소했다. 당초 해군 해군 작전사령부는 미 7함대와 지난해 제주도 관함식을 전후로 훈련일정과 참가전력을 협의했다. 7함대는 일본 요코스카를 거점으로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최대의 해외 전력이다. 7함대 사령관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한국의 해군 전력을 총괄한다. 하지만 훈련은 하지 않았다.

연합훈련이 줄줄이 중지 또는 연기되면서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방위체제 틀 속에서 한미동맹이 결속되는데 연합훈련이 중지되거나 연기되면 유사시 양국 군이 제대로 손발을 맞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또 김 위원장은 단상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걸린 집무실로 보이는 장소의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어내려가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새해 분야별 과업을 제시하면서 통상 대내정책, 대남메시지, 대외정책 등의 순으로 구성되는데,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은 북한에선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절대적인 지침으로 여겨진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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