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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다시 종로 고시원에 모인 사람들 “화재 49일, 변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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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생존자들 49재

경향신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마련된 화재 사망자 7명의 49재 분향소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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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강화 감감무소식

생존자 지원도 약속과 달라

최저주거기준 입법화해야”


“49일간 우리의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고시원 화재 현장은 간판이 떼어진 채 불에 타고 그을린 흔적으로 여전히 참혹한 모습이었다. 고시원 주민 7명의 외로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49재가 됐어도 정부와 서울시 등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거권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생존자들이 살아남은 데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수년간 옆방과 아래위로 함께 살던 동료들의 죽음에 대해 분향 한 번 하지 못하고 인사도 드리지 못한 데 대한 원통함이 있어 49재를 함께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일고시원 참사를 만든 근본 원인은 화재가 아니라 열악한 곳에 사람이 살도록 용인한 우리의 주거 현실”이라며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화재로 거처를 잃은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주거 지원이 당초 정부 약속과 달리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생존자들에게 제공된 임대주택 후보지 91호 중 종로지역에 있는 것은 한 호도 없었다”며 “거주자들은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일터와 지하철이 있어서 국일고시원을 선택했다. 도시빈민들의 가난한 삶은 교통의 요지에서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32명의 피해 생존자 중 임대주택에 입주한 이들은 10명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다시 인근 다른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활동가는 “종로구는 최장 20년 입주 가능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안내하지 않고 6개월을 기한으로 하는 ‘이재민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만 물었다”며 “누가 6개월 후 반납해야 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며 세간을 장만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오래된 고시원 등 다중생활시설에 대해서는 안전시설 기준이나 건축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허용한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그곳이 주택이든 그렇지 않든 최저주거기준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오후 6시30분부터 고시원 앞에서 희생자 49재와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고시원 화재 생존자와 제천 화재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참석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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