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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안개 속 한반도 정세, 북·미 ‘반쪽’ 비핵화 빅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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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반도 롤러코스트 정점

전쟁 위기에서 화해의 기회로

트럼프·김정은에겐 운명의 2019

북핵 해결과 평화 구축 갈림길

반쪽 비핵화만은 반드시 막아야

방위비분담금, 야당과 협치 중요

전문가들이 보는 내년 북핵 및 한반도 정세

올해 한반도는 롤러코스터의 정점에 올랐다. 지난해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전쟁 위기까지 갔다가 올해 급선회했다.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등 평화여건 조성에 더없이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북·미 핵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불안정해지고 있다. 북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싸고 북핵 협상이 교착 상태다. 내년은 북핵 해결의 갈림길이다. ‘기회의 창’이 닫힐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평화환경 구축의 기회가 안개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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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비핵화 전망=한반도의 운명을 쥐고 있는 ‘핵’은 역시 북한 비핵화다. 이 문제 해결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도 있고, 전쟁 분위기가 재현되거나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결론 날지는 예측 불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도 내년은 체제 생존과 연관된 중요한 해다. 북한은 이미 2년째 경제제재를 받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시켜 체제를 지속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와 한국의 지원이 필수다. 미국은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더 커질 전망이다. 탄핵 부담까지 안고 있는 그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대선 일정으로 볼 때 북핵 협상 한계시점을 2020년 1월까지로 판단하고 있다.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년 북핵 시나리오는 대략 4가지다.(세종연구소 우정엽 안보전략실장·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 첫째는 북한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는 경우다. 국제사회의 전통적인 비핵화 수순은 ‘신고→검증→폐기’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도 만나지 않고 있다. 북한에 불리한 실무협상을 피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이 핵능력을 중대한 군사·외교 자산으로 여기는 데다 핵전략 상 모호성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도 북한이 핵 신고와 검증에 직면했을 때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거부하는 바람에 7차례나 핵협상이 깨졌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나리오의 두 번째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다시 압박하면서 북한이 도발하고, 협상이 파국으로 가는 상황이다. 신범철 센터장은 내년 6∼7월까지도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이 없으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경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연습을 카드로 꺼내는 것이다. 이때 불리해진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로 대응하거나 협상 파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 일 년 동안 상당한 수의 핵무기를 생산·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선 북핵에 의해 수십만∼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군사옵션을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도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될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은 꺼릴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 모두 파국만은 원치 않을 전망이다.

세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원칙적 합의를 이루지만, 완전한 비핵화에 미치지 못할 경우다. ‘반쪽 비핵화’ 합의다. 미국은 북 비핵화 전에는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탄핵과 대선 압박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초조감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건 대표는 그제 방한 직후 “인도적 지원 목적의 북한 여행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인 북한 ICBM만 제거하고, 현 수준에서 북핵을 동결하는 데 만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국립외교원 전봉근 교수)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한·일을 위협할 수 있는 중·단거리 핵무기를 사실상 인정받아 핵국가로 남는다. 전문가들이 이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내년에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실무협의를 무시한 빅딜(big deal)을 노릴 수도 있다.

시나리오의 마지막은 올 하반기와 같은 교착상태가 내년에도 지속하는 케이스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인내심을 갖고 서로의 최대 이익점을 모색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할 상황이다. 여기에는 미국 민주당에 의해 분점화된 정치 구조가 꽤 역할을 할 전망이다. 미 의회는 내년 초부터 국무부가 추진하는 북핵 협상 경과를 깨알 보듯 보고받는다. 그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반쪽 비핵화 빅딜 시도를 강하게 견제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노련한 비건 대표와 실무회담을 시작하기를 원치 않지만, 민주당은 실무회담에 따른 북한의 의미 있고 완전한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제재를 풀어주지 않을 전망이다. 어느 경우든 내년 초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먼저 의사를 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정치 사정도 간단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40% 중반대로 추락한 데다 야당과의 협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에도 강력한 대북 화해·지원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법과 대비=결론적으로 내년 북핵 시나리오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반쪽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크다. 그러면 북한은 핵국가로 등장하고, 우리는 북핵 위협에 상시로 시달리게 된다. 전봉근 교수는 반쪽 북 비핵화를 방지하기 위해 “동북아 국가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세종연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5단계 북한 비핵화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 북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2단계: 북 ICBM 50% 해외 반출 ▶3단계: 나머지 ICBM도 반출 ▶4단계: 북 핵탄두 50% 해외 반출 ▶5단계: 남은 핵탄두 반출이다. 이와 함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반쪽 비핵화에 따른 북핵 위협은 미국의 핵우산으로 대응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북한은 지속해서 한·미 연합체제 와해를 노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9·19 남북 군사합의로 연합체제가 이미 느슨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장기전에 대비하는 중국이 한미동맹 와해에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합의가 무산된 방위비 분담금은 시한폭탄이다. 한국이 분담금을 더 내지 않겠다고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말이다. 나아가 최근 활보하는 백두칭송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반미시위까지 거세지면 더 심각해진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는 전문가의 분석을 새겨서 신중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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