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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연동형 비례제 논의 주도…독자 위한 설명부족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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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과 정기국회 보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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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는 지난 17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세번째 정례회의를 열어 ‘선거제도 개편과 정기국회 관련 보도’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한겨레는 올 초 개헌 논의 때부터 ‘민심을 반영한 국회’ 구성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을 제안했고 이후 꾸준히 관련 기사를 보도해왔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 동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제 입장 후퇴’ 논란을 계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쟁점을 집중 조명했다. 열린편집위원들은 한겨레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 의제를 주도했다고 평가했지만 정작 ‘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이번 열린편집위원회에는 신광영 위원장(중앙대 교수·사회학), 김제선 위원(희망제작소 소장), 안지애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정민영 위원(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진민정 위원(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최서윤 위원(작가), 최선목 위원(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김종구 편집인, 최혜정 정치팀장이 참석했다.

김제선 정기국회 특집으로 인터넷에 실린 기사가 12개였다. 정기국회 관련 한겨레 보도가 손쉬운 정치공격을 넘어서 대안 담론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쪽지예산 문제는 늘 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보도하는 것과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보도하는 것은 다르다. 정치공방은 기본적으로 프레임 전쟁이다. 정치권이나 다른 매체가 만든 의제를 방어하는 기사는 눈에 띄었지만, 한겨레가 만들어내려는 의제는 그렇지 못했다. 담론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데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탐사보도를 강화해 그 안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정민영 한겨레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를 주도한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언론에 견줘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논지도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바꿔가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다뤘다. 다만 지면 기사 내용만 보면 다소 어렵고 불친절했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얘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상세한 해설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되레 ‘한겨레 티브이(TV)’ 동영상 콘텐츠가 많은 도움이 됐다. 또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당리당략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담합한 건 알겠는데, 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칼럼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에 언뜻 나오긴 하지만 기사만 봐서는 한겨레가 왜 이렇게 힘을 줘서 얘기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안지애 유치원 관련 기사는 재밌고 제목만 봐도 내용을 알 것 같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해가 쉽지 않았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한겨레 기사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과 비교해서 봤는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가 불친절했던 게 아니라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언론이 ‘국민이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다’는 전제로 기사를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실제 30~40대 엄마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선거제 개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관심도 없고 내용도 모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관심이 있다면 기사 2~3개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한겨레가 독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접근 방식을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코미디언 박나래씨와 함께 ‘오늘의 정치뉴스’ 같은 걸 해볼 수도 있다.

신광영 위원장 좋은 제안이다. 비례대표 이슈는 과거부터 문제가 됐었다. 많은 사람이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보면서 의례 (정치를) 그렇게 하는가 보다 정도로 생각하지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른다.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이나 해설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많은 지면 할애하고 논지도 설득력

선거제 개혁 왜 필요한지 불명확

‘연동형’ 도입하면 어떤 결과물 낼지

국민 의식과 괴리감 이유도 안 드러나

최서윤 ‘인터넷 한겨레’를 보면서 한겨레가 의도적으로 지면과 디지털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면은 독자가 이슈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기사를 쓰는 반면, 홈페이지 영상은 친절함에 방점을 찍어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봤다. 홈페이지에서 ‘영상 플러스’나 ‘한겨레 아카이브’ 메뉴를 따로 뒀던데 예전보다 접근이 훨씬 용이해졌다. 첫번째 열린편집위원회부터 지면과 디지털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제안이 있었고 한겨레가 이런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진민정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한지 쉽게 이해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또 일반인들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부정적 시각이 많은 건 국회에 대한 불신 때문인데 이런 괴리감이 반영되지 않아 아쉬웠다.

신광영 위원장 선거제도가 바뀐다고 과연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을지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정당에 따라 무조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정치권이 자기 성찰 없이 선거제도만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를 통해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지애 선거제 개편에 대한 보도가 다소 획일적이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해 국민의 반감이 크다는 논조가 대다수다. 지난 16일 ‘기득권 세력은 ‘국회의원 증원’ 싫어한다’는 제목의 ‘성한용 선임기자의 막전막후’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기사에서 언급했듯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바탕에는 정치 불신, 정치 혐오증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 부분을 조금 더 파고들어서 구체적인 이유를 분석했어야 한다. 부조리한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아니라 합당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을 늘린다면 국민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광영 위원장 선거제도 개편 외에 정기국회 보도에 대해서도 평가해 달라.

최선목 선거제도 관련한 보도에 대한 평가가 비슷한 듯하다. 다른 언론보다 주도적으로 보도해왔지만 현재 작동되고 있는 다른 정치제도와 충돌하는 부분은 없는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뭐가 어떻게 변하는지 같이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단지 선거제도를 비교만 하는 식이어서 아쉬웠다. 또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편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했는데 예산안 처리는 헌법적 의무이고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 간의 정략적 수 싸움이다. 따라서 언론이 이런 점을 구분해 명확하게 지적을 해야 했다.

정치권, 선거제와 예산 연계 처리

헌법적 의무-당략 명확히 지적해야

정기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소홀

한겨레가 기획 통해 의제화했으면

김제선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예산안과 연계해 단식까지 들어갔고,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연대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한겨레가 이에 대한 정확한 방침을 갖고 보도한 것 같진 않다. 정기국회 보도는 적절한 기획과 논평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어야 한다. 예컨대 정치권이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왔지만 정작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겨레가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기획을 통해 의제화했어야 한다.

진민정 많은 언론이 과거엔 무조건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판과 부정적인 시각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단순한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강조한다. 여전히 비판이 비판에만 머무는 느낌이다.

김제선 지난 한달간 모두 78건의 사설이 나왔는데 정부·여당에 대한 내용이 32건이고 이 가운데 19건이 비판적 논조였다. 야당에 대해서는 5건에 그쳤다. 한겨레가 여당지인 줄 알았는데 야당지더라.(웃음) 정부·여당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언론이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는 광주형 일자리를 지지하면서 범개혁세력 내부의 기득권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그걸 변화시키려면 어떤 개혁이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언급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혜정 정치팀장 고민하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줬다. 선거제도 개편 보도는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같이 시작했다.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권력구조 개편이다. 야당에서 주장하듯 대통령한테 쏠려 있는 권한을 국회에 주려면 민심이 온전히 반영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 이 부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여야 한다. 지방선거만 보더라도 특정 정당이 과다·과소 대표 되는 부분이 있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진전된 내용을 앞세워 쓰다 보니 독자들이 ‘이미 안다’고 전제하는 편의적 발상을 하기도 한다. 정치혐오가 큰 상황에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걸 어떻게 주장할지도 고민이다. 일하는 국회,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정기국회 관련해선 저희 나름대로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유치원법 등 중요하게 여기는 내용에 집중하다 보니 제대로 다루지 못한 사안도 있었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줘서 고맙고 이런 의견을 반영해 더 좋은 보도를 하겠다.



“김용균씨 죽음 내몬 ‘위험의 외주화’ 지속적 관심을”

KTX 탈선 부른 공공기관 효율화 등

구조적인 문제 후속 보도 계속해야

속보보다 심층·분석에 힘 기울이길

한겨레, 새해 팩트체크 서비스 강화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7일 열린 회의에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과 고속철도(KTX) 탈선 사고 등의 이면에 지난 10여년 동안 진행된 공공기관 효율화, 위험의 외주화 같은 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며 <한겨레>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신광영 위원장은 “이런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근본적 이슈가 논의되고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며 “쟁점이 됐던 이슈들이 6개월~1년 뒤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후속 탐사보도를 하거나 한두달 단위로 특집을 마련해 법안 처리 과정을 상세하게 전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서윤 위원은 “한겨레가 올해 들어 남북정상회담, 혜화역 여성집회 등 1면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경우가 눈에 띈다. 김용균씨 보도 역시 그런 사례다. 다만 이후 기사가 하청노동자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기보다 불쌍함을 소비하게 하는 방식은 아니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상목 위원 역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은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을 고민하다 보니 비정규직이라는 편법이 만들어졌다. 단편적으로 컵라면이 등장하고 특정 개인에 대한 단죄가 강조되면 이런 구조적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고 짚었다.

김제선 위원은 한겨레가 중앙일간지 가운데 ‘지역 소득 역외유출’(<한겨레> 11월26일치 2면 ‘지역서 번 소득 ‘62조원’, 서울·경기로 빨려들어갔다’) 문제를 유일하게 비중있게 다뤘다며 “정부가 얘기하는 지방분권이 허구임을 드러내는 보도로 지역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 입장에서 감사했지만 후속 보도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은 한겨레가 단순한 사실이나 속보를 전달하기보다 “믿을 만한 팩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심층·분석 기사에 좀 더 힘을 기울여달라고 입을 모았다. 또 한겨레 모바일 페이지에 너무 많은 광고가 끼어들면서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겨레>는 11월 회의에서 열린편집위원회가 주문한 팩트체크 서비스 강화 방안을 마련해 새해부터 관련 콘텐츠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정치인의 발언, 사실을 오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주장, 공적으로 중요한 정보 등을 대상으로 사실 여부를 규명하게 된다. 그 과정에 쓰인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해 독자들이 동일한 검증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고, 검증 대상 선정과 최종 판단에서 ‘선택 편향’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둘 방침이다.

정리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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