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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유전자 교정 아기… 생명윤리 논쟁 뜨거웠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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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에 걸리지 않게 유전자를 교정한 아기가 태어나고, 말라리아 모기는 불임(不妊) 유전자가 작동하면서 저절로 박멸된다.' 2018년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실제로 적용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전 세계 과학계가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마음대로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는 효소 단백질이다. 유전질환을 치료하고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맞춤형 아기와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밖에 그동안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중성미자(中性微子)의 발원지를 규명하고, 하반신 마비 환자의 치료에 성공하는 등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이 대거 쏟아졌다.

2018 핫뉴스는 '유전자 교정 아기'

유전자 교정 아기는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네이처에서 모두 2018년의 주요 과학 뉴스로 꼽을 만큼 최대 이슈였다. 지난달 말 중국 선전 남방과기대의 허젠쿠이(賀建奎) 박사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쌍둥이 아기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유전자 교정 아기의 출산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허젠쿠이 박사는 발표 직후 세계 과학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허젠쿠이 박사는 미허가 연구를 진행한 혐의로 소속 학교와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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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바꿔 말라리아의 번식을 막는 기술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진은 지난 10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해 "실험실에서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기술로 번식이 안 되는 불임 모기를 만들어 8세대 만에 말라리아 모기를 완전히 없앴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일부 개체에 특정 유전자를 끼워 넣어 세대를 거듭하며 전체 집단으로 퍼뜨리는 기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인간이 생물을 멸종시킬 권리가 없다"며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다. 모기가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혼란에 빠져 생태계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다.

우주과학에서는 지난해 중력파 관측만큼이나 뜻깊은 과학 발견이 줄을 이었다. 남극의 과학연구시설 '아이스큐브'는 지난해 9월 포착한 중성미자의 발원지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중성미자가 지구에서 37억 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블랙홀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이지만 질량이 거의 없어 '우주의 유령'이라 불린다. 올해 그 실체를 알아내는 데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연구소는 지난 7월 화성 탐사선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 화성 남극 부근 지하에 지름 20㎞ 규모의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액체 상태의 물이 대규모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의학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이뤘다. 수전 하르케마 미국 루이빌대 교수는 지난 9월 하반신 마비 환자의 척수에 전기 자극 장치를 연결해 뇌와 다리 근육 사이의 신경망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 자극 장치가 뇌 신호 대신 척수에 자극을 가해 다리 근육을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전기 자극 장치를 이식받은 환자 2명은 수술 후 6개월도 안 돼 보행기를 짚고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국내선 DNA 교정, 기억 연구 주목

국내에서는 뇌 기억 저장소를 발견하고 잎이 떨어지는 원인을 규명하는 등 세계 최초 연구 성과가 다수 나왔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지난 4월 어른 쥐의 DNA를 구성하는 염기 한 개를 바꿔 유전병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다 자란 동물에서 염기 교정이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대 강봉균 교수는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위치를 시냅스 수준에서 찾는 데 성공했다. 시냅스는 뇌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부외로 신경계 최소 기능 단위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IBS 공동 연구진은 식물에서 꽃잎과 열매가 떨어지는 탈리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해 주목받았다. 지난 5월 서강대 신관우 교수와 하버드대 케빈 파커 교수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빛을 받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인공 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 6월 '사이언스'에 생물의 촉각 신경을 본뜬 인공 감각신경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인공신경을 죽은 곤충에 장착해 압력에 따라 곤충의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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