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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故김용균 어머니, 비정규직 아들 동료 껴안고 “너라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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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속 촛불문화제…”인간답게 살수있는 나라돼야”

"대통령은 청년들 목소리 들어라" 청와대로 행진

뉴스1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3차 촛불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아들 영상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2018.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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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예쁘다, 아유 예쁘다…"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참변을 당한 고(故) 김용균씨(24)의 어머니가 김미숙씨와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26살 청년의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숨진 아들이 떠오르는 듯 한동안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19일 오후 7시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김용균 3차 촛불추모제'가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김씨를 추모하기 위해 청년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흰 국화와 촛불을 들고 모였다.

김씨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 노동자 어성훈씨(26)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씨가 발언을 하기 전부터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섧게 오열했다.

어씨는 "아직도 누구보다 성실했던 용균이를 이렇게 떠나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맡은 임무를 다하던 성실한 용균이의 눈빛이 동료들에게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참담하다"고 울음을 삼켰다.

이어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던 꿈 많은 용균이는 늘 부모님을 생각하고 걱정했다"며 "잔인한 서부발전은 늑장사과와 컨베이어 벨트 재가동, 사상자 축소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어씨가 발언을 마치자 김씨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 동안 어씨를 껴안고 울었다. 이후 어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너라도 살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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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3차 촛불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발언에 나선 고인의 동료를 위로하고 있다. 2018.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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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33)는 "용균이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고 우리 동료들이 보였다"며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한 사회가 용균이를 죽였다"고 울먹였다. 김씨의 어머니는 발언을 마친 김 대표도 어씨와 마찬가지로 꼭 끌어안았다.

뒤이어 발언대에 선 김씨의 어머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들에 관심을 보일줄 몰랐고 많이 바라봐줘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나는 아주 평범한 아줌마였고,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없었다"고 입을 뗐다.

김씨의 어머니는 "세월호 사건이나 제주도 (특성화고) 19살 실습생의 죽음, 구의역 참사 같은 일을 접할 때마다 자식 가진 부모로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아플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내가 직접 당하지 않아 남의 일이겠거니 했는데, 내가 직접 겪고 나니 뼈가 녹는 그분들의 고통을 같이 느낀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일했던 현장을 언급하면서 "컨베이어 벨트는 정말 세고 빨라서 조금만 부주의해도, 옷깃이라도 끼면 바로 죽는 조건이었다"며 "그런 곳에서 아들이 무서웠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고 깊은 숨을 쉬었다.

이어 "우리나라가 돈만 추구하지 말고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국회나 대통령이 이런 마음을 알아주고, 우리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서 나라살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2년 전 '구의역 참사' 때 숨진 김군의 동료 박창수씨는 "아직도 김군이 사망한 날이 떠오른다"며 "'차라리 컵라면이라도 배불리 먹고 가지 그랬냐'는 김군 부모님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나와 동료들은 올해 초 비로소 정규직 신분이 됐지만, 요즘은 우리가 우리밖에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전기를 펑펑 쓰면서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미처 몰랐고, 구의역 사고 때 더 싸웠더라면 김용균씨가 죽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정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김씨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칠 때마다 청년 노동자들과 추모제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붉어진 눈 주위를 따라 훔쳤다.

추모제를 마친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달라'고 요구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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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3차 촛불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침통해 하고 있다. 청년전태일이 '청년추모의 날'의 형태로 진행한 이날 촛불추모제에 참석한 청년들은 유족에게 고인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약속하고 고인의 뜻을 이어 청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다짐했다. 2018.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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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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