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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검찰, ‘특감반원 김태우’ KT가 넘긴 제보로 사익 추구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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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감찰본부, 관련자 조사 확대

김씨, 공직자 비위 첩보받아

과기정통부 장관 독대 뒤 특채 지원

경쟁 기업 ‘표적 감찰’ 수법으로

친분 있는 사업가에 이익 준 흔적도

김씨와 골프.교류한 기업 10여곳

“감찰 조사로는 한계…별도 수사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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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기업 케이티(KT)에서 입수한 첩보를 개인 이익을 위해 활용한 정황이 19일 포착됐다. 김 수사관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케이티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ㅎ협회에 퇴직자를 취업시키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공무원 비위를 김 수사관에게 제보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케이티와 감찰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김 수사관과 10여년 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케이티 대관담당 ㄱ아무개 상무보는 지난해 김 수사관을 만나 ‘과기정통부 공무원 ㄴ씨가 ㅎ협회에 인사와 재정에 관여하며 ‘갑질’을 했다는 제보를 했다. 김 수사관은 해당 첩보 등을 빌미로 지난 4~5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을 수차례 독대했다. 유 장관에게 비위 첩보를 전달한 김 수사관은 몇달 뒤인 7월 과기정통부 감사관실 5급 채용에 지원했다. 기업발 첩보로 장관과 얼굴을 익히고 5급 자리에 지원한 셈이다.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김 수사관과 ㄱ상무보가 함께 골프를 친 사실과 과기정통부 공무원 ㄴ씨의 비위 정보가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4일 ㄱ상무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지난 18일엔 두 사람이 함께 골프를 친 골프장을 압수수색했으며, 최근엔 유 장관도 조사해 김 수사관과 만난 경위 등을 확인했다.

감찰본부는 ㄱ상무보가 ㅎ협회에 케이티 퇴직자를 취직시키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과기정통부 공무원을 ‘제거’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들의 비위를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비위가 제보된 과기정통부 ㄴ씨는 감사원 조사를 받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60만원가량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에 대해 ㄱ상무보는 검찰 조사에서 “과기정통부 공무원이 산하 협회의 인사와 예산을 가지고 갑질을 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정의감 차원에서 김 수사관에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며 ㅎ협회에 케이티 퇴직자를 취업시키려 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상무보가 김 수사관에게 골프 접대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식사나 골프를 칠 때 김 수사관이 내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문제는 김 수사관과 접촉한 기업인이 케이티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김 수사관과 골프를 치고 교류한 기업은 10곳 이상으로, 케이티와 같은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케이티 말고도 경쟁 기업을 ‘표적 감찰’하는 방식으로 친분이 있는 사업가에게 이익을 준 정황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다만 감찰본부 조사 대상이 김 수사관으로 한정돼 있어 기업 수사를 본격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별도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김 수사관에서 비롯된 여러 의혹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에서 해당 사건을 넘겨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케이티가 통신사업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산하 협회에 자사 퇴직자를 취업시키려는 시도에 ㄱ상무보의 ‘윗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잘 아는 케이티 전직 고위 관계자는 “ㄱ상무보는 황창규 케이티 회장의 최측근인 ㄷ사장의 지시만 받는 인물이다. 게다가 케이티가 바랐던 퇴직자 2명은 ㄱ상무보와 특별한 인연이 없던 것으로 안다. ㄱ상무보가 혼자 이런 일을 벌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케이티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환봉 김완 김양진 김재섭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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