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그냥 골문 안으로만 슈팅하려고요"… 눈을 뜬 킬러 황의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축구대표팀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12일 오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전지훈련에서 슈팅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59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2018.12.12/뉴스1 © News1 이윤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뉴스1) 임성일 기자 = "며칠 전(16일)에 울산에서 우리 애들(U-23대표팀)이랑 (A)대표팀이랑 연습경기를 했는데 황의조의 움직임이 정말 좋더라. 위치 선정이며 슈팅이며 굉장히 날카로웠다. 우리 선수들에게 "봐라, 공격수는 저렇게 뛰어야한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19일 오후 열린 '2019 KFA 어워즈'에서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은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최고 지도자상의 영예를 안았고, 공교롭게도 그 대회를 앞두고 소위 '인맥논란'을 일으켰던 또 다른 주인공 황의조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 더 뜻 깊은 자리가 됐다.

마음고생이 많았기에 기쁨이 두 배였다. 김학범 감독은 거짓 없었다. 그는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더 뿌듯하다. 남들이 모두 '안 될 것', '힘들 것'이라 했지만 소신대로 밀고 나가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니 기쁨이 더 하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 기쁨을 함께 일궈낸 제자 황의조에 대한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에게 당연히 고맙다. 자신도 많이 흔들렸을 텐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보고 보통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감사와 덕담을 전했다. 실제로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이후 또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벤투호로 배를 옮긴 뒤에도 '원샷원킬' 고감도 결정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무엇보다 자신감이 커졌다. 선수에게는, 특히 공격수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면서 "이대로 계속 좋아진다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손색없는 선수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황의조 스스로도 자신감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시상식장에서 그는 "확실히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다. 그게 제일 크다. 기술적인 면도 더 좋아진 것 같지만, 자신감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감이 공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여유의 눈'을 뜨게 해줬다. 플레이가 여의치 않을 때는 괜스레 조급해지고 그 조급함 속에서 계속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불필요하게 생각과 동작이 많아지게 되는 게 일반적인 악순화느이 고리다. 하지만 여유가 있는 공격수들은 스스로 냉정하게 기다린 뒤 딱 필요한 플레이로 골망을 흔든다. 지금 황의조가 그렇다.

황의조는 "경기 중 한 두 번은 꼭 좋은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기다린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그냥 골문 안으로만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슈팅한다"는 담담한 뜻을 전했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공격수에게는 가장 중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득점과 관련한 K리그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동국은 과거 골을 잘 넣는 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골키퍼를 보고, 골키퍼를 향해 슈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 맞으면 골키퍼한테 가는 것이고 잘못 맞으면 골키퍼를 피해서 들어갈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효슈팅이 골의 전제조건이라는 뜻이다. 황의조의 각오와 궤를 같이 한다.

이동국은 "골문 안으로 차야 골이 나오는 법이다. 후배들은 너무 정확하게 차려고만 한다. 하지만 완벽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전에서 정확도를 높이기 어렵다"면서 "일단은 골키퍼를 향해 차는 게 중요하다. 골키퍼가 잘 막으면 막히는 것이지만, 그렇게 차야 누가 실수하든 들어갈 확률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는 공감이 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기 중에 힘을 빼고 골문 안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공격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게 '레벨'이다. 실제로 이동국의 플레이를 보면, 강하게 때리는 것 아닌데 이상하게 골키퍼를 피해 골망을 흔드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그리고, 근래 황의조에게서 그런 모습이 자주 보인다.

최근 황의조의 경기를 보면 망설임 없이 슈팅을 구사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선수 같으면 한번 접거나 괜스레 한 번 더 치고 들어가다 스스로 슈팅 타이밍과 각도를 날려버리는데 그런 불필요함이 없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고, 무리하게 구석으로 차려는 것보다 일단 골문 안으로 보내려하니 유효슈팅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속에서 골이라는 결실도 나오고 있는 흐름이다. 김학범 감독의 말처럼 적어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황의조는 더 성장할 수 있고, 그렇다면 충분히 '계보'에 들어갈 수 있는 골잡이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한창 축구가 재밌을 황의조다. 그는 지금 '눈'을 뜨고 있다.
lastuncle@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